영업점 빗장 잠기며 일반 창구 행원 수요 급감'범용 인재' 대신 '즉시 전력 경력직·AI' 올인직무 요구 조건 세분화···'무전공 금융권 도전' 옛말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금융권의 취업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 수백 명 단위로 흡수하던 대규모 정기공채 시대가 저물고, 필요한 직무에 한해 소수 인원만 골라 뽑는 '핀셋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신입 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M뱅크, IBK기업은행 등은 하반기 채용절차에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도 조만간 채용공고를 낼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의 버팀목이었던 은행권 신규 채용문은 바늘구멍이 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신규 채용 규모는 2023년 1880명에서 2024년 1380명, 지난해 1280명으로 지속적인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약 540명을 선발해 지난해 상반기 595명보다 55명(9.2%)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도 전체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195명을 채용했던 우리은행의 경우, 구체적인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두 자릿수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채용 슬림화의 배경에는 오프라인 점포의 대대적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수년간 연간 수백 개에 달하는 영업점을 축소해왔다.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일반 지점은 2201개로, 전년 동기(2252개)에서 51개 감소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출장소를 늘리는 방향으로 영업망을 재편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지점을 유지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창구를 찾는 고객이 급감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 대규모 공채를 통한 창구 인력을 대량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은행들이 채용 문을 걸어 잠그면서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생산성 향상'이 있다. 지속적인 조직 슬림화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으로 시중은행들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충당금적립전 이익은 12조46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직원 수는 5만3794명에서 5만3151명으로 1.2% 감소하며 1인당 생산성은 2억2600만 원에서 2억3450만 원으로 3.4% 늘었다.
사람을 많이 뽑지 않아도 AI 시스템과 비대면 채널이 영업점 창구 역할을 대체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인재 확보 전략은 대규모 신입 채용에서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나 AI, 데이터, 정보기술(IT), 보안, 기업금융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수시·핀셋 채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규모의 축소와 함께 채용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는 은행권 채용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도 AI·디지털 전환에 맞춘 인재상 변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AI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 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도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 발전 등 금융산업 변화에 발맞춰 금융권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실물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무별 요구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과거처럼 전공을 불문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었던 넓은 의미의 금융권 입사는 확실히 좁아진 실정"이라며 "전체 인원 축소와 별개로 AI·IT 등 특정 직무를 중심으로 한 전문 인력 확보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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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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