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IG, 미국 현지 생산·조달시장 공략완제품 수출 넘어 현지 생산기반 확대 속도우크라戰·中 견제에 美 동맹국 공급망 활용
국내 방산업계가 미국의 방산 공급망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내 포탄과 요격미사일 등 주요 탄약의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동맹국 방산업체에 생산 공백을 메워줄 역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K-방산의 미국 공략은 완제품 수출을 넘어 미국 현지 생산과 공급망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 육군과 차륜형 자주포(MTC) 시제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를 차륜형으로 개조한 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고 추가 12문을 공급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옵션을 포함해 2억6290만달러(약 3619억원)다.
한화의 미국 공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생산기반 자체를 현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1월 미 육군과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조병창 유휴 용지 임대 계약을 맺고 약 13억달러(약 1조7890억원)를 투자해 추진제와 고에너지 물질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는 K9 계열 자주포 통합·시험 시설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 업체의 생산기반을 활용하려는 배경에는 자체 방산 생산능력의 한계가 있다.
미 국방부 감찰관실에 따르면 미 육군의 155㎜ 포탄 생산량은 올해 3월 기준 월 3만6000발 수준으로, 당초 목표였던 월 10만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포탄 수요가 늘어난 데다 미국 역시 자체 비축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생산능력 확대가 시급해졌다.
생산량 확대 역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포탄은 단순 조립만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다. 금속 부품 제조부터 조립·포장, 추진제 등 핵심 소재 생산시설까지 전반적인 생산기반이 필요하다. 미국이 방산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서는 자체 증설과 함께 동맹국 기업의 생산기반을 활용할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유도무기 분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미국 자체 방공 수요가 맞물리면서 요격미사일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미사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 같은 미국의 생산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의 탄도탄 요격탄 개발을 맡은 데 이어 후속 사업인 L-SAM-Ⅱ에서도 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포병과 탄약에 이어 유도무기 분야까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는 평가다.
LIG D&A는 2.75인치 유도 로켓 '비궁'을 앞세워 미국 조달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비궁은 2019년 미 국방부 해외비교시험(FCT) 대상으로 선정된 뒤 미군 요구에 맞춰 시험평가를 받았으며, 2024년 하와이 해역 최종시험에서는 발사한 6발이 모두 표적을 명중했다.
LIG D&A는 미국 현지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 태평양함대 수상전력사령관 출신 예비역 해군 중장을 수석 고문으로 영입했다. 미국 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이다.
두 기업의 미국 공략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현지화'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생산시설과 통합·시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미국 방산 공급망에 편입되는 방식으로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 방산산업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방산 생산기반과 공급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강화하고 있다. 무기와 탄약의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확대하기 어려운 만큼 동맹국 기업을 생산망에 편입해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포탄과 추진제, 유도무기 등 미국 내 생산 여력이 부족한 분야에서 한국 업체의 대량생산 경험과 가격·납기 경쟁력이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포병과 탄약을 비롯한 방산 생산기반을 유지해왔고, 최근에는 수출을 통해 대규모 생산 경험까지 축적했다.
국내 방산업계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만큼 방산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뿐 아니라 미국산 부품·원자재 조달, 현지 인력 확보, 조달 규정과 보안 요건 충족 등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과거에는 수출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 공급망 안에서 조달받는 구조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지 생산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고 미국 조달체계에 안착하느냐가 미국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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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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