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판 조달부터 생산·판매까지 체계 일원화4년 연속 적자 SK어드밴스드, 정상화에 총력울산GPS 매각 이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SK가스가 4년 연속 적자를 낸 석유화학 자회사 SK어드밴스드를 흡수합병한다. 누적 영업손실만 4600억원을 넘고 부채비율은 400%를 넘어선 회사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무너진 프로필렌 사업을 SK가스 안으로 끌어들여 원료 조달부터 생산·판매까지 한꺼번에 다시 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와의 합병 계약 체결 안건을 의결했다. SK가스가 존속하고 SK어드밴스드가 소멸하는 방식이다. SK가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에 따른 신주 발행이나 주주 지분율 변동은 없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LPG와 석유화학 사업의 통합이다. 그동안 SK가스가 프로판을 조달해 SK어드밴스드에 공급하면 SK어드밴스드가 울산 공장에서 프로판 탈수소화(PDH) 공정을 거쳐 연간 60만톤(t) 규모의 프로필렌을 생산했다.
합병 이후에는 이 과정이 하나의 법인으로 묶인다. 프로판 조달부터 생산량과 공장 가동률 조정, 제품 판매까지 한 조직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LPG 가격과 프로필렌 시황 변화에 맞춰 생산과 원료 투입을 보다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SK가스가 사업 통합에 나선 배경에는 SK어드밴스드의 장기 적자가 있다.
SK어드밴스드는 2022년 12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2023년 825억원, 2024년 1161억원, 지난해 1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4600억원을 넘는다.
중국 업체들이 PDH 설비를 잇달아 늘린 것이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프로필렌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제품 가격과 마진이 떨어졌고 생산설비를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재무 부담도 급격히 커졌다. SK어드밴스드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97.6%에서 올해 1분기 406.5%까지 뛰었다. 차입금 의존도도 60.8%에 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SK어드밴스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이번 합병은 적자 자회사를 단순히 정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SK가스의 본업인 LPG 조달·트레이딩과 SK어드밴스드의 프로필렌 생산을 하나로 묶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SK가스 입장에서는 원료를 확보하는 단계부터 생산과 판매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했던 의사결정의 단계를 줄이고 시황에 따라 생산과 판매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을 합친다고 해서 석유화학 업황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PDH 설비 증설이 계속되는 데다 국내에서도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내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국내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프로필렌 사업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합병 효과만으로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SK가스의 과제는 적자 자회사를 흡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통합된 LPG-프로필렌 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낮은 수익성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번 합병은 SK가스가 가스 사업과 화학 사업의 경계를 허물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황 악화가 계속되면 SK가스가 SK어드밴스드의 적자를 떠안는 결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원료 조달과 생산 사업을 한 법인으로 통합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어 합병 이후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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