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후쿠오카의 e스포츠와 유효한 지역산업 생태계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후쿠오카의 e스포츠와 유효한 지역산업 생태계

등록 2026.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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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9일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e스포츠는 정식 종목이고 이번 대회 종목은 열한 개다. 그중 스트리트파이터6, 포켓몬 유나이트, 그란 투리스모7, e풋볼, 뿌요뿌요 챔피언은 일본 게임사가 서비스한다. 개최국이 자국 콘텐츠를 대거 올린 셈이다.

3년 전 항저우에서 한국이 딴 메달은 4개다. 금메달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트리트파이터5에서, 은메달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동메달은 FC온라인에서 나왔다. 네 종목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첫 금메달을 안긴 스트리트파이터5는 일본 게임이다. 당시 마흔네 살이던 김관우는 승자조에서 일본과 대만 선수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일본이 자기 게임이라고 여기는 종목에서 딴 금메달이었다.

한국 e스포츠가 강한 이유가 여기 있다. 외환위기 이후 피시방과 방송 리그를 타고 커진 이 산업은 콘텐츠의 국적이나 연고지를 따지지 않았다. 어느 나라 회사가 만든 게임이든 세계에서 제일 잘하면 된다고 봤다. 반대로 일본은 자국 게임에서 자국이 강해야 한다는 자부심을 오래 붙들었고 그만큼 산업화가 늦었다.

그런데 일본이 우리보다 못하다고만 말하면 절반만 보는 것이 된다. 후쿠오카에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여럿 있다. 레이튼 교수와 요괴워치를 만든 레벨파이브, 사이버커넥트투를 비롯한 개발사들이 시내에 본사를 두고 있고, 2003년 지역 제작사들이 함께 연 행사를 계기로 이듬해 후쿠오카게임산업진흥기구가 만들어졌다. 2005년부터는 규슈대학과 연계했고, 지금은 전문학교 6곳과 지역 사립대가 학교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름의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 산업의 문제는 그 생태계가 로컬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상금 지급을 제한하는 경품 규제와 오락실을 풍속영업으로 묶는 규제가 겹쳐, 동네 대회가 상금 걸린 프로 리그로 형태를 전환하지 못한다. 지금 e스포츠 예산을 편성한 지방자치단체는 마흔 곳을 넘지만 전국지 보도는 정체하고 지방지 보도만 늘었다. 게임이 산업이 아니라 지역 민속놀이처럼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은커녕 전국 단위 시장에 이르기도 전에 인기가 식거나 제작사가 후속 버전을 내지 않아, 대회 종목에서 빠지는 게임이 잦다. e스포츠 선수가 되겠다는 이들은 그때마다 종목을 갈아타야 한다. 게임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는 후쿠오카조차 양성 과정은 여럿인데 졸업생이 e스포츠 일자리로 가는 비율은 0에 가깝다.

한국은 정확히 반대다. 우리에게는 글로벌에서 통하는 개발사와 리그가 있다. 다만 그것이 전부 판교와 서울에 있다. 지역에 내려온 것은 e스포츠 대회를 할 수 있는 건물이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상설 경기장 사업으로 부산과 광주에 각각 60억 원, 대전에 70억 원이 들어갔다.

개관 초기 1년간 세 곳에서 열린 e스포츠 대회는 34건, 그 밖의 행사는 72건이었다. 광주는 가동 가능일 180일 가운데 40일을 썼다. 대회와 행사를 다 합쳐도 세 곳 모두 가동률 40%를 넘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경남에 80억 원짜리가 또 열렸고 충남 아산까지 더하면 다섯 곳이 된다.

건물만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종목 선정권과 리그 운영권과 지식재산권이 모두 지역 바깥에 있다. 지역에 남는 것은 대관 사업자의 지위다. 둘째, 규모의 경제 문제다. 다섯 지역으로 경기장을 쪼개니 어느 곳도 상시 리그를 감당할 만한 규모에 이르지 못한다. 셋째, 선수를 키우고 뽑을 기능이 지역에 없다.

그런데 이것은 기구를 하나 더 세운다고 풀리지 않는다. 후쿠오카는 개발사와 학교를 한 기구에 묶어두고도 졸업생을 e스포츠로 보내지 못했다. 종목이 바뀌면 그때까지 쌓은 기량과 교육과정이 함께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이 오래 붙들 수 있는 종목이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한, 양성 과정은 계속 헛돈다.

5극3특과 지역균형발전의 대의 속에서 지역 신산업 정책은 지속될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같은 시설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회사와 굴리는 조직, 키우는 학교가 한자리에 모인 특색 있는 권역별 거점이다. 유효한 시장 규모에 이르지 못한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고유하면서도 자족가능한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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