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판정으로 하버바이오메드와 기존 라이선스 계약 유지4050만달러 마일스톤 및 로열티 수익권은 그대로중국 gMG 품목허가 심사는 차질 없이 진행
한올바이오파마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바토클리맙(HL161)'의 중화권 사업권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기존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 수익권은 유지되지만, 중국 현지 파트너를 교체하거나 추가 적응증 개발 전략을 독자적으로 재편하려던 계획에는 제동이 걸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한올바이오파마가 파트너사 하버바이오메드에 통보했던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지난 2017년 체결한 바토클리맙 중화권 라이선스 계약은 종전 조건 그대로 존속하게 됐다.
공시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번 판정으로 하버바이오메드 측 중재비용 661만5672달러(약 98억원)를 부담해야고 기재했다. 이는 2025년말 연결 자기자본의 6.1%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공시상 손해배상이 아닌 '상대방 중재비용'으로 명시됐으며, 별도의 손해배상액이나 한올 측이 지출한 법률비용 총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판정이 지니는 사업적 의미는 '수익권 상실'보다 '사업구조 재편 무산'에 가깝다. 한올은 원계약에 따라 향후 중국 내 개발 성과와 판매 실적에 연동된 마일스톤 및 로열티를 계약 조건 충족 시 수령할 권리를 유지한다. 파트너 교체에 따른 허가자료 이전이나 신청 전략 변경 등의 불확실성도 피했다. 회사 측 역시 이번 중재 결과가 중국 내 중증근무력증(gMG) 품목허가 및 상업화 절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해지 권리 요건은 공개됐으나, ICC 구체적 판단 근거는 '베일'
한올은 지난 2017년 하버바이오메드에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마카오 내 바토클리맙 개발·허가·생산·판매 독점권을 부여했다. 당시 하버바이오메드의 홍콩 증시 상장 과정에서 공개된 계약 요약본을 보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와 함께 12개월간 이를 반복 위반할 경우 한올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됐다.
이를 근거로 한올은 지난해 하버 측이 gMG 임상 3상과 허가 절차만 진행했을 뿐, 갑상선안병증(TED) 등 여타 주요 적응증 후속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공개된 ICC 판정 요지에는 '해지 통지 무효'라는 결론만 담겼다. 중재판정부가 하버 측의 개발 의무 이행 여부를 실체적으로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한올의 해지 통지가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번 판정을 하버 측의 개발 지연 면죄부로 단정하거나, 반대로 한올의 단순 절차상 하자 패소로 해석하는 등 어느 한쪽으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계약이 존속되며 2020년 공개된 '동종 타 약물 경쟁 제한' 조항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 한올 측이 계약 기간 중 중화권에서 동일 기능을 갖는 다른 FcRn(Fc 수용체) 억제 항체를 직간접적으로 개발·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권리 회수 실패가 단순한 바토클리맙 통제권 상실을 넘어 중국 내 후속 FcRn 사업 선택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개발은 석약그룹이 전담···수익 구조 셈법은 복잡
현재 바토클리맙 중국 사업은 한올과 하버의 원계약 아래, 석약그룹 계열사가 실무를 맡는 이중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하버의 중국 법인 상하이HBM은 2022년 석약그룹 100% 자회사인 NBP파마에 중화권 권리를 재이전했다.
이번 판정으로 '한올-하버-NBP파마'로 이어지는 하위 라이선스 체제는 굳건해졌다. 하버와 NBP파마 간 계약 규모는 선급금 1억5000만위안 등 총 10억위안 이상에 달하지만, 이를 한올의 예상 수익으로 직결해선 안 된다. 한올의 수익은 하버와의 2017년 원계약 기준 별도 마일스톤과 순매출 로열티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한올이 2017년 공시한 총계약 규모 8100만달러는 바토클리맙 단일 품목의 계약금액이 아닌 바토클리맙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 탄파너셉트(HL036)의 선급금 400만달러와 조건부 마일스톤 최대 7700만달러를 합친 금액이다. 매출에 연동되는 로열티는 별도다.
하버가 2020년 홍콩 상장 과정에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바토클리맙 단독 계약은 선급금 200만달러, 중국 임상 1·2상 착수에 따라 이미 지급한 마일스톤 200만달러, 추가 개발·허가 마일스톤 최대 1700만달러, 판매 마일스톤 최대 1950만달러로 구성됐다. 이를 모두 합친 바토클리맙 단독 계약의 명목상 최대 가치는 4050만달러다.
한올이 제품 판매 후 받는 로열티는 바토클리맙 순매출의 중간 한 자릿수(4~6%, Mid-single digit)에서 10%대 초반까지 단계별로 적용된다. 계약에 정해진 상계·감액 조건에 따라 실제 로열티율은 명목 구간보다 낮아질 수 있다. 아울러 HL161 기술이전과 관련해 한올이 수령하는 금액 일부는 원천 기술 제공사인 리간드(OmniAb)에 지식재산 실시료로 분배해야 한다.
gMG 허가 심사 '현재 진행형'···시장 가치 핵심 변수로 이동
바토클리맙은 현재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서 gMG 치료제로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2023년 6월 첫 허가 신청 후 장기 안전성 자료 보강을 거쳐 2024년 7월 재신청 수리됐다. 하버 측 연차보고서에는 심사 중이라는 사실만 기재됐을 뿐, 구체적인 허가 예상 시점이나 NMPA의 추가 요구 사항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 유지가 곧 특정 시점의 승인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북미·유럽 파트너인 이뮤노반트가 최근 바토클리맙 TED 임상 3상 실패 이후 후속 물질(IMVT-1402)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중국 시장의 상대적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중국 gMG 허가가 바토클리맙 상업화의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경로로 남았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의 이목은 중재 여파를 넘어 NMPA의 실제 승인 시점, NBP파마의 출시 및 급여 전략, 초기 판매 실적 등 사업 본연의 성과로 쏠릴 전망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국제상업회의소 중재판정부는 최종 판정에서 하버바이오메드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올 측 라이선스 계약 해지 통지가 무효이며 라이선스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고 판정했다"면서 "본 판정 결과는 기존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진행 중인 바토클리맙의 중국 내 중증근무력증(gMG) 허가 및 상업화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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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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