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K하이닉스 '10년 약속' 딜레마···AI 시대 '보상 철학'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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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0년 약속' 딜레마···AI 시대 '보상 철학' 시험대

등록 2026.07.22 15:44

신지훈

  기자

성과급 일부 주식 보상 전환 검토현금 중심 보상→장기 가치 연계 AI 인재 경쟁 속 보상 체계 분수령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SK하이닉스 성과급 제도가 1년 만에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지만 이면에는 AI 시대를 맞아 기업이 인재에게 보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회사는 현금 중심 보상 체계를 장기 기업가치와 연계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고 노조는 이미 합의한 제도를 다시 바꾸는 것은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단순한 성과급 협상을 넘어 SK하이닉스의 미래 보상 체계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된 이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사는 최근 집중 실무교섭에서 성과급 제도를 핵심 의제로 논의했다. 회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과 관련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마련한 성과급 체계가 다시 협상 대상에 올랐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의무 지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성과급 규모가 아니다. 노사가 어렵게 합의한 제도의 지속 여부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개편하면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했다. 대신 해당 제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장기간 갈등 끝에 마련한 합의였던 만큼 불과 1년 만에 지급 방식 변경 논의가 시작된 것 자체가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회사가 제도 개편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이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인재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주식 기반 장기 보상을 주요 인재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가치 상승과 임직원 보상을 연결해 장기적인 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기 현금 보상만으로는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현재 임직원이 PS 일부를 자사주로 선택할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자율 선택 방식이다. 이번 논의는 주식 보상 비중을 확대하거나 일부 의무화하는 방향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임직원이 회사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의 과실을 함께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I 투자 확대와 연구개발 비용 증가로 미래 투자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보상 체계 역시 장기 관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재계에서 성과급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최근 "성과급을 받는 것은 동의하지만 좋은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고 최태원 회장도 "구성원의 행복은 이해관계자와 함께해야 한다"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보상 체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벽은 제도 자체보다 노사 간 신뢰다. 지난해 합의한 기준을 다시 조정하려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내에서도 "10년 유지 약속을 왜 다시 바꾸느냐", "현금 보상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협상의 본질은 성과급 액수를 정하는 데 있지 않다. AI 시대 기업 경쟁력이 설비뿐 아니라 인재 확보에서 갈리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현금 중심의 단기 보상을 유지할 것인지 주식 보상을 확대해 기업 가치와 임직원 보상을 연결할 것인지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 결과가 SK하이닉스를 넘어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의 보상 체계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인재 확보와 보상 체계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새로운 보상 체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 합의와 구성원 신뢰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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