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역할 증권사 중심 전환 목소리 확대시장 구조 개편 속 사업자 희소성 약화원화마켓 중심 사업자 쏠림 현상 부각
연내 정부 주도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추진이 동력을 얻은 가운데 증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형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생존 고민이 더욱 커지게 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도권에서는 비트코인 ETF의 빠른 도입을 위해 기존 금융 회사들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가상자산 장내 상품 도입' 보고서에서는 지정참가회사(AP, Authorized Participant) 역할을 국내 은행·증권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는 ETF 설정·환매를 중개하며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과 가격 괴리 축소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보고서는 "기존 사업자가 가상자산 취급에는 익숙하나, 운용 영역에서는 기존 증권사가 강점을 갖고 있다"며 증권사를 중심으로 하되 가상자산 사업자가 인프라를 제공하는 협업 형태를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원화마켓을 보유한 소수 대형 거래소가 구조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대형 거래소는 전통 금융사와의 지분 투자를 비롯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두나무는 ▲하나금융지주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과 접점을 늘렸고,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의 손을 잡았다. 미래에셋그룹의 품안으로 들어간 코빗은 물론 빗썸도 키움증권 등과 제휴를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이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원화 거래소를 제외한 다수 사업자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요건까지 강화될 경우 브로커리지 사업자들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 거론되는 디지털자산중개업자의 자기자본 기준은 1000억~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변동성과 운영 리스크를 감안하면 최소 1조원대로 완충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본업마저 증권사에 내준 데에 이어 자기자본 요건까지 높아진다면 업체들은 '이중고'를 맞이하는 셈이다.
시장 재편 시 중소 커스터디 사업자도 타격을 입게 될 공산이 크다. 보고서에서는 수탁사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코인베이스 커스터디'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대형업자 주도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을 암시했다.
실제 지난 8일 경찰청 커스터디 입찰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공공 수요도 대형사업자 주도의 쏠림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당장 가상자산 보관업무를 24시간 운영할 수 있으면서 사고 시 전액 보전이 가능한 인프라를 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재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간 가상자산 사업자는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라이선스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프리미엄 자산'으로 평가됐다.
최근 두나무의 구주를 모두 매각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코인원이 지난 2021년 강세장보다 오히려 하락장인 올해에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이유다.
하지만 제도권 도입 시 보조 서비스 역할로 제한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원화거래소를 갖지 못한 사업자의 경우 '대체 불가능 인프라'로서의 희소성이 희석되면서,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거래소는 증권사와의 결합으로 몸값을 더 키울 수 있겠지만, 나머지 사업자는 라이선스·자본·스케일에서 장벽을 넘지 못하면 'ETF 시대의 하도급 인프라'로 남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내부에서 팽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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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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