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의 엔진 승부수···HD현대마린엔진, 中 조선소 공급망 파고든다

보도자료

정기선의 엔진 승부수···HD현대마린엔진, 中 조선소 공급망 파고든다

등록 2026.06.30 15:23

수정 2026.06.30 15:39

이건우

  기자

선박엔진 공급계약 연달아 체결중국 조선사와 공급망 협력 본격화정기선 밸류체인 전략 가시화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 조선소향 선박엔진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글로벌 신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HD현대는 완성선 시장에서는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기자재 시장에서는 중국 조선소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추진해 온 조선 밸류체인 강화 전략이 엔진 사업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엔진은 최근 중국 우후조선소와 280억원 규모의 선박엔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우후조선소 계열 웨이하이조선과 204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고, 5월에도 우후조선소와 558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세 건의 계약 규모만 합쳐도 올해 우후조선소 계열 수주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단발성 수주가 아니라 중국 조선소향 물량이 반복적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는 중국 조선사들이 글로벌 신조 발주를 대거 흡수하면서 선박 엔진과 핵심 부품 수요 역시 함께 증가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HD현대마린엔진이 이 공급망 내부로 진입하며 수혜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HD현대 입장에서는 중국 조선소가 경쟁 상대이면서 동시에 고객사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반면 기자재 영역에서는 중국 조선소의 건조 물량 확대가 HD현대마린엔진의 외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완성선 사업 확대 흐름과 별개로 핵심 기자재 공급을 통해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정 회장이 HD현대마린엔진을 그룹에 편입한 배경 역시 이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조선업 경쟁력은 단순한 선가와 납기를 넘어 친환경 연료 대응 능력, 연비 효율, 기자재 안정성, 부품 공급망, 사후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수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엔진은 선박 성능과 직결되는 핵심 기자재다. HD현대가 선박 건조 역량에 더해 엔진 생산 기반까지 확보하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선박용 대형 엔진과 이중연료 엔진을 생산하는 업체다. LNG 이중연료 엔진 국산화와 LPG 이중연료 엔진 시운전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HD현대그룹 편입 이후에는 그룹 조선 계열사의 글로벌 영업망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독립 기자재 업체 성격이 강했다면 현재는 HD현대 조선 밸류체인 내 엔진 사업을 담당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수주 흐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상반기 총 15건, 6727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이 가운데 12건이 중국 조선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중국향 수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정 회장의 중국 대응 전략이 구체화된 사례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중국을 압도할 경쟁력 확보를 HD현대의 핵심 과제로 강조해왔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끌어올리는 만큼 제조 효율성과 기술 격차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HD현대마린엔진의 수주 확대는 이러한 전략이 완성선 사업에 머물지 않고 기자재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실적 개선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HD현대마린엔진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5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0.8%, 영업이익은 216.5% 증가했다. 매출 증가폭보다 이익 증가폭이 더 컸다는 점에서 수주 확대와 가동률 상승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향 수주 확대를 곧바로 중국 조선업과의 경쟁 우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조선사들의 글로벌 발주 점유율 확대는 여전히 HD현대 조선 계열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마린엔진이 중국 조선소에서 엔진 수주를 확보하더라도 완성선 시장의 가격 경쟁과 선종별 수주 경쟁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기자재 매출 확대와 완성선 경쟁력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그룹 차원의 전략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의 신조 수주 물량 증가와 함께 선박엔진 발주 문의도 늘어나는 흐름"이라며 "선박엔진은 품질과 납기, 연비, 환경 규제 대응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핵심 기자재인 만큼 당분간 HD현대마린엔진의 수주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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