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배민·쿠팡이츠 상생안 불발···플랫폼 개선 논의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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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쿠팡이츠 상생안 불발···플랫폼 개선 논의 새 국면

등록 2026.06.23 17:21

김다혜

  기자

공정위, 시정 실효성 무게배달앱 운영 방식 변화 주목

배민커넥트 라이더 이미지. 사진제공=우아한청년들배민커넥트 라이더 이미지. 사진제공=우아한청년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액의 지원금보다 경쟁 제한 행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원 규모를 키우는 방식보다 운영 구조와 거래 조건을 바꾸는 시정 방안 마련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의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진 시정안과 피해 구제 대책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장기간 법적 다툼 대신 상생안을 내놓아 조기에 사건을 마무리하려던 두 회사의 구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 폐지와 가게배달 지원 등을 담은 3000억원 규모 상생안을 제시했다. 쿠팡이츠도 와우매장 정책 개선과 600억원 규모 지원책을 내놨다.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동의의결 사례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원금 규모보다 시정 방안의 실효성을 더 중요하게 봤다. 정희은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일부 내용은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거나 구체성이 부족해 사업자의 시정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민이 제시한 방안 가운데 일부는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와 방향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심사관은 점주들이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에 따라 메뉴 가격이나 최소 주문 금액 등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내용은 배민의 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상생안에 담긴 지원책 역시 논란이 됐다. 배민은 1600억원 규모의 파트너 상생협력 지원안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배민배달 전환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와 배달비 지원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가 배민배달 우대 행위를 문제 삼는 상황에서 오히려 배민배달 이용 확대를 유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본안 심의와 제재 수위로 옮겨가고 있다. 공정위 심사관은 배민의 예상 과징금 규모를 2390억~5100억원 수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츠의 경우 최혜대우 요구 혐의를 기준으로 250억~42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과징금 규모만으로 사건의 파급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배민은 최혜대우 요구 외에도 배민배달 우대와 배달예상시간 광고 관련 혐의가 심의 대상에 포함돼 있다. 반면 쿠팡이츠는 최혜대우 요구 혐의에 대해서만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은 별도로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심의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의 관련 매출액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이번 동의의결 신청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본안 심의 결과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과징금보다 플랫폼 운영 방식의 변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비 정책과 노출 방식, 거래 조건 등이 바뀔 경우 입점 점주와 소비자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은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나타내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수년 뒤 부과될 과징금보다 당장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공정위 결정을 환영했다. 동의의결이 사실상 면죄부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본안 심의를 통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지원금 규모보다 경쟁 제한 행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본안 심의에서는 플랫폼 운영 방식과 거래 조건 전반이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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