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형사 35조·중형사 2307억···케이조선 매각에 드리운 '선박보증'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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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 35조·중형사 2307억···케이조선 매각에 드리운 '선박보증'의 덫

등록 2026.06.22 17:18

이승용

  기자

태광 컨소시엄, 우선협상자 선정 최종 불발케이조선, 2022년 보증 한도 소진 8척 취소대형사 RG 한도 560억달러·중형사 21억달러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태광산업 컨소시엄의 케이조선 인수가 무산되면서 중형 조선사 매각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과 신용 보강 문제가 부각됐다. 인수가격과 경영 적합성, 펀드형 인수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인수 이후 수주를 뒷받침할 자금력도 주요 판단 요소가 됐다. 대형사와 중형사 간 RG 공급 격차가 큰 만큼 재매각에서도 새 주주의 장기 자금 지원 능력이 변수로 꼽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지분을 각각 49.79% 보유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KHI는 태광산업·오성첨단소재·그린하버자산운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컨소시엄은 지난 3월 본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매각자 측은 인수가격과 함께 인수 이후 케이조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린하버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사(GP)를 맡는 구조에서 태광산업 등 출자자들이 추가 자금 투입과 RG 발급에 필요한 신용 보강을 장기간 책임질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RG는 조선사가 계약대로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정하는 보증이다. 발급 주체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지만 은행은 조선사의 재무 상태와 최대주주의 보증·자금 지원 능력을 함께 심사한다. 조선사가 계약에서 정한 기한 안에 RG를 제출하지 못하면 해당 수주계약이 무효화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

실제 케이조선은 지난 2022년 6월 8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총 10억4000만달러에 수주했지만, 기존 4억5000만달러 규모의 RG 한도를 소진해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하면서 같은 해 하반기 계약이 최종 취소됐다.

이 때문에 케이조선 매각에서도 인수자의 자금력만큼이나 인수 이후 R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새 대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과 신용 보강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가 향후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케이조선이 처한 RG 제약은 중형 조선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0월까지 최근 5년간 수출입은행이 발급한 RG 가운데 HD현대 조선 계열사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 3사 몫은 35조2752억원으로 전체의 99.3%를 차지했다.

반면 케이조선·대한조선·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3사에 공급된 RG는 2307억원으로 0.7%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RG 한도도 대형 조선사는 560억달러, 중형 3사는 21억달러로 2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수주 규모와 선종, 기업 신용도 차이가 반영된 결과지만 중형 조선사는 선박을 수주하고도 보증 한도가 부족하면 계약을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정부도 중형 조선사의 RG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 지원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RG 특례보증 비율은 2023년 70%에서 85%로 높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95%까지 상향됐고, 지원 규모도 같은 기간 12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무보는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케이조선·대한조선·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3사에 약 5400억원 규모의 RG 지원을 추가로 결정했다.

다만 정책 지원 확대만으로 중형 조선사의 RG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례보증은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일 뿐 조선사의 장기 운영과 추가 자금 수요까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케이조선 재매각에서도 인수가격과 함께 수주·건조 과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능력과 RG 관련 신용 보강 여력이 주요 변수로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 보증이 확대되더라도 조선사의 장기 운영과 추가 자금 수요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케이조선 재매각에서도 인수가격뿐 아니라 수주와 건조 기간에 필요한 자금, RG 발급을 뒷받침할 신용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인수 후보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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