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6주년 기념사···중동사태 속 5월 물가 3%대 진입 '경계'"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유의"···수도권 집값 상승·가계부채 직격1분기 명목성장률 10.5% 호조에도 "부문 간 격차 유의해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재반등과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공식화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과 수도권 집값 상승에 기인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거시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신 총재는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 최근의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을 짚으며 "이 같은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1분기 1.8%의 견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물가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본격화돼 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다"며 "공급 충격의 파급영향이 확대되고 수요측 물가압력도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다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서도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추가 상승기대도 다시 높아졌다"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이른바 '빚투'도 크게 늘면서 5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가격 조정 시 개인적인 손익에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신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며 "중동사태의 전개 등에 영향 받아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60원을 터치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 만큼 장중의 높은 환율 변동성이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부담 증가와 관련해서는 재정정책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의 부담은 저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제적인 물가안정 노력은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면서도 "통화정책은 시장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채상환 어려움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신 총재는 향후 중점 추진 과제로 다음 달로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꼽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 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총재는 임직원들에게 "총재로 부임하면서 한국은행 직원들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왔는데 두 달여간 직접 만나고 경험해 보니 여러분의 역량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것을 확인하게 되어 놀랍고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지닌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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