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소비자 증가로 판매 증가고유가·유지비 부담에 경제성 부각기아 모닝·레이가 시장 견인
한동안 외면받던 경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유가 불안 속에서 유지비 부담을 느낀 실속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대신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경형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826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7% 증가한 수치다. 전월과 비교해도 33.0% 늘었다. 전체 승용차 시장이 같은 기간 4.1% 증가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경차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기아 모닝의 반등이 눈에 띄었다. 모닝은 지난달 3175대가 신규 등록되며 전년 동월 대비 186.3% 급증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도 141.4%에 달했다. 한동안 국내 경차 시장을 사실상 홀로 지탱해온 레이 역시 4634대가 등록되며 꾸준한 강세를 이어갔다. 모닝과 레이 합산 판매량은 7800여대로 전체 경차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차 시장은 최근까지 규모가 크게 줄었다. 소비자 선호가 SUV 중심으로 이동한 데다 차량 가격 상승으로 차급 간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조금 더 보태 더 큰 차 산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경차 시장 규모는 2010년대 중반 연간 20만대 수준에서 최근에는 1/3 수준인 7만4600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 가격 자체가 빠르게 오른 데다 보험료와 세금, 주차비, 유류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다시 경제성이 핵심 구매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 둔화 우려와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자동차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혜택도 경차 수요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경차는 차량 구매 시 취득세 감면(75만원 한도)을 받을 수 있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여기에 연간 일정 한도의 유류세 환급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유지비 절감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상품성을 끌어올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신 경차는 과거 싼 차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대형 디스플레이, 통풍시트 등 상위 차급에 적용되던 편의사양을 적극 탑재하고 있다. 실내 공간 활용성도 크게 개선됐다.
대표적으로 레이는 높은 전고를 활용한 박스형 구조를 앞세워 도심형 다목적차량(MPV)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1인 차박이나 캠핑 수요는 물론 소상공인 배달·운송용 차량으로도 활용되며 소비층을 넓혔다. 실제 밴 모델은 자영업자와 배달업 종사자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경차 시장 반등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만은 아닐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내연기관 경차가 또 다른 실용 소비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출시 이후부터 꾸준히 계약이 몰리며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2년에 달하는 등 가성비 전기차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반면 대형 승용차 시장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대형 승용차 신규 등록은 1만5040대로 전년(1만9805대) 대비 24.1% 감소했다. 고가 차량 소비는 둔화되는 반면, 실속형 차량 선호는 강해지면서 자동차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와 프리미엄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했지만 동시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지비 부담이 적은 경차 수요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순히 저렴한 차가 아니라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갖춘 생활형 차량으로 경차를 바라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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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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