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45조 성과급의 끝은 무인공장이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45조 성과급의 끝은 무인공장이다

등록 2026.04.29 06:05

이승용

  기자

회사의 미래 먹거리 투자와 권리주장 간의 딜레마주주·시장 충격, 반도체 업계 전체 위기 촉발 우려

reporter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는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지만 그 방식은 회사의 미래를 인질로 잡는 데 가깝다.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의 15%인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시장과 주주들을 경악하게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투자액 37조 원보다도 7조원 많은 돈이다.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써야 할 투자 재원보다 더 큰 금액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 나오는 부분이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벌지도 않은 미래 이익을 전제로 거액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장을 멈추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권리의 행사를 넘어선 행동이다.

반도체 공장은 버튼 하나로 껐다 켤 수 있는 설비가 아니다. 생산 차질은 하루 매출 손실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수주 경쟁력, 협력사 생태계까지 흔든다. 삼성전자 협력사만 1754곳에 이른다. 노조가 멈추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일터만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인 것이다.

더구나 파업 손실 우려는 11일간 1조 원, 장기화될 경우 수십조 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45조 원을 요구하면서 회사에 수십조 원의 손실을 안길 수 있는 카드를 꺼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밥그릇을 지키겠다며 밥상을 걷어차는 것과 다르지 않는 행동이다. 회사가 있어야 일자리가 있고, 일자리가 있어야 월급이 있으며, 그 위에서 노조의 권리도 존재한다. 회사를 흔들어 얻은 성과급이 노동자의 미래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가장 큰 역설은 이런 파업이 결국 무인공장 시기를 앞당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 공장 자동화와 무인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설비 투자액만 47조 5000억 원 규모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리스크는 예측 불가능한 생산 중단이다. 사람이 멈추면 공장이 멈춘다는 사실이 반복될수록 회사는 사람에게 덜 의존하는 공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 노조가 파업으로 힘을 과시할수록, 경영진은 노동자를 대체할 명분을 더 분명히 얻게 된다. 자동화는 기술 발전의 흐름이지만 파업은 그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오늘의 파업 깃발이 내일의 무인라인 도입 보고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권리는 책임과 함께 갈 때 납득이 되고 설득력을 얻는다. 회사의 미래 투자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면서까지 요구하는 성과급은 권리라기보다 과욕에 가깝다.

삼성전자 노조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지키려는 것이 노동자의 미래인가, 아니면 눈앞의 몫인가. 45조 원의 요구, 수십조 원의 손실 우려, 무인공장 가속화가 한 장면에 겹쳐지는 순간 파업은 투쟁이 아니라 자해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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