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론 회생 한계공급망 신뢰 붕괴에 협력업체 생존 위협메리츠·유암코 등 채권단 선택에 시선 집중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추진으로 자산 매각의 출발점은 마련됐지만, 홈플러스 본체는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 자금 부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납품 중단 사태까지 겹치며 유통업의 핵심인 공급망 신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회생의 출발점으로 기대됐던 매각이 오히려 유동성 확보에 종속된 조건으로 작용하는 구조가 드러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익스프레스 매각 금액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밀린 물품 대금과 급여, 세금 등 단기 채무는 3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만으로는 당장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 여기에 연간 4000억원 안팎의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자산 매각만으로 재무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인수 계약서에 '파산 시 계약 해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매각 성사 자체가 본체의 유동성 확보를 전제로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되고 이는 곧 회생 가능성 약화로 이어진다. 회생을 위한 카드가 동시에 채권단을 압박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공급망 이상 징후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자금난으로 납품업체들이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신선식품 등 핵심 품목의 결품이 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매대를 채우고 있지만 집객력을 좌우하는 주요 브랜드 상품이 빠지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문제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신뢰 붕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납품업체들은 대금 회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급 재개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향후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정상 영업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시선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쏠린다. 메리츠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선순위 채권자로, 추가 2000억원 안팎의 DIP(법원 관리 하에서 우선 변제되는 긴급 운영자금) 지원 여부를 두고 막판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점포 자산을 담보로 확보하고 있어 담보권 실행을 통한 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추가 자금 투입보다는 청산을 통한 회수가 더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반면 지원을 거부할 경우 파장도 적지 않다. 회생 기한 연장이 불발되면 법원이 청산형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익스프레스 매각 역시 무산될 수 있다. 수만 명의 고용과 협력업체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메리츠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개별 기업을 넘어 유통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약 10만명의 고용과 3000여 협력업체가 연결된 구조에서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연쇄적인 거래 위축과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치권과 노동계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참여하는 제3자 관리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적 성격의 관리 주체를 통해 납품대금 지급을 정상화하고, 무너진 거래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은 회생의 출발점일 뿐, 현재는 매각조차 유동성 확보에 종속된 상황"이라며 "이미 흔들린 공급망을 고려하면 단순 자금 투입을 넘어 신뢰를 복원할 구조적 해법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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