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中서 가전·TV 판매 사업 중단"가성비 앞세운 中···삼성'프리미엄' 전략 한계AI 프리미엄 가전 수요 견조한 美 전략 집중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혔던 중국 가전·TV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빼며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에 나선다. 중국 현지 업체들의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기술 추격으로 기존 '초격차 프리미엄' 전략이 효력을 잃었다는 판단에 따른 실리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중 중국 내 가전 및 TV 판매 사업 중단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 말까지 의사결정을 마무리한 뒤 현지 직원과 거래처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후 중국 내 남은 재고를 순차적으로 처분하고, 올해 중으로 판매를 완전히 종료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닛케이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수뇌부의 최근 발언과도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최근 "중국 사업은 어렵다. 여러 형태로 중국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현지 사업의 위기감과 대대적인 재편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간 핵심 경쟁력으로 꼽혀온 '프리미엄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공개 때마다 초고화질 기술력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 QLED, 미니 LED, 초대형 TV, AI 가전 등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왔다.
다만 중국 가전 시장은 프리미엄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하이얼, 메이디, 거리전기, 하이센스, TCL 등 로컬 강자들이 오랜 기간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을 장악해온 상황에서 삼성의 고가 정책은 오히려 대중적 확산에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가격에만 있지 않다. 삼성전자가 고가 전략을 유지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비슷한 화면 크기와 기능을 갖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내놓으며 기술 격차까지 빠르게 좁혔다. 업계에 따르면 동급 사양 기준 중국 브랜드 제품 가격은 삼성전자 대비 30~50% 낮은 수준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술 간극까지 급격히 축소됐다. 과거 2~3년 이상 벌어졌던 한·중 TV 기술 격차가 현재는 6개월~1년 수준까지 축소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할 유인이 크게 약화됐다. 결과적으로 '더 비싸지만 확실히 낫다'는 인식이 희미해지면서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은 점차 중국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중국 내 입지는 고립무원 상태다. 공식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업계에서는 한때 외산 브랜드 1위를 다투던 중국 TV 점유율이 현재 한 자릿수 초반으로 떨어졌고, 생활가전 역시 대부분 품목에서 1~3%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으로도 점차 전이되고 있다. 하이센스와 TCL 등 중국 업체들은 TV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추월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중국 업체 합계가 31.9%로, 삼성전자와 LG전자 합계(30.4%)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소모적인 점유율 경쟁을 지양하고 프리미엄 수요가 견조하고 수익성이 보장된 미국 시장에 모든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AI 가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북미 시장에서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시장 특화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북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세탁기·건조기·냉장고 등 주요 가전 6개 품목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4개 분기 연속 매출 기준 선두권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출혈 경쟁을 이어가기보다 프리미엄 수요가 확실한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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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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