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소유 말고 운영'···신세계 스타필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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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말고 운영'···신세계 스타필드 실험

등록 2026.04.16 08:01

수정 2026.04.16 08:25

조효정

  기자

직접 개발 대신 위탁 운영운정점 확장, 브랜드 다변화···생활 밀착형 콘텐츠 강화2033년 30개 매장 목표, 시간 점유 전략 본격 시동

지난 1월1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4층에서 개장을 앞둔 아트 체험 놀이 공간 '크레욜라 익스피리언스'에 대해 관계자(왼쪽 첫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지난 1월1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4층에서 개장을 앞둔 아트 체험 놀이 공간 '크레욜라 익스피리언스'에 대해 관계자(왼쪽 첫 번째)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부동산 개발 방식을 기존의 직접 시공 중심에서 위탁 운영 방식으로 전환하며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조원의 자금이 묶이는 대형 점포 개발 구조에서 벗어나, 운영 노하우를 수익화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경기 파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의 근린생활시설을 오는 22일 대거 오픈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커뮤니티 공간 '센트럴' 개장 이후 100일 만에 방문객 210만명을 돌파한 데 따른 후속 확장이다. 이번에 추가로 문을 여는 근린생활시설은 영업면적 약 8000평 규모로, 총 172개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입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기존 대형 스타필드가 부지 매입부터 시공까지 신세계가 직접 주도하는 방식이었다면 빌리지 모델은 시행사가 건물을 짓고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권만 확보하는 임대차 구조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은 계열사 간 실적 격차와 재무 구조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74억원으로 전년(1372억원) 대비 240.7% 증가하며 수익성을 입증했다. 반면 신세계건설은 같은 기간 1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년보다 644억원 확대됐다. 2022년 적자 전환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건설 부문의 리스크는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의 6500억원 규모 사모사채에 자금보충 의무를 부담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지난 2월 신세계건설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동시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건설 리스크를 신속히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수익성이 높은 프라퍼티 사업이 외부 자산을 임대해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성장 속도와 자본 효율성에 있다. 기존 대형 스타필드는 점포당 약 1조원의 초기 투자비가 필요하고, 자본 회수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임대 기반의 빌리지 모델은 초기 투자비를 수백억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신세계가 2033년까지 30개 점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감안하면, 직접 개발 방식만으로는 자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임대 모델을 활용하면 동일한 자본으로 더 많은 점포를 동시에 확장할 수 있어 전국 '슬세권' 선점 전략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건설 리스크와의 분리 역시 중요한 목적이다. 직접 개발 방식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지만, 임대 운영 방식은 이러한 부담을 시행사에 이전하고 운영 수익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신세계프라퍼티는 기존 스타필드 점포와의 경영 위탁 계약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설립한 부동산 중개법인 '신세계프라퍼티부동산중개' 역시 운영 노하우를 상품화해 수수료 기반 수익 구조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로 대체하기 어려운 교육, 의료, 커뮤니티 서비스 등을 생활권 곳곳에 배치해 고객의 일상 동선을 선점하려는 '시간 점유' 전략도 핵심이다. 이번 운정점 확장에는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집객력이 높은 브랜드와 함께 축구 아카데미, 학원, 소아과 등 생활 밀착형 콘텐츠가 포함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올해 초 운정 현장을 방문해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대를 넘어, 고객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건물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오프라인 상권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역량을 입증하느냐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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