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화에 지방으로 눈 돌린 4대 금융···권역별 자본 공급'국민연금 위치' 전북에 완전체 집결···'제3금융중심지' 청신호단순 거점 이전 아닌 자생력 갖춘 '진짜 금융 생태계' 조성 필요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수도권을 벗어나 비수도권으로 시선을 돌리며 지역 경제의 혈관에 조(兆) 단위의 막대한 자본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과거 지자체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소모적인 영업전이나 일회성 취약계층 지원에서 벗어나,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핵심 로드맵인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정책에 발맞춰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특화 산업 육성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비수도권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립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가 5개 초광역권(수도권·충청권·광주호남권·대구경북권·부울경) 및 3개 특별자치도(강원·전북·제주)의 특화 산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실제 구현하기 위한 막대한 인프라 구축 자금 조달에 민간 금융사가 핵심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5극 3특' 밑그림에 자본 담당···4대 금융지주, 권역별 맞춤형 '돈맥' 정조준
4대 금융지주는 지역별 산업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자본 공급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최근 조성한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앞세워 비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해당 펀드는 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 확충과 친환경 발전 산업 등 굵직한 지역 SOC에 자금을 공급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단순한 여신 지원을 넘어서 지역 기반 혁신 기업의 요람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구와 대전 등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을 대폭 확장하며 지역 내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노리는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역 주력 산업의 밸류체인에 밀착한 맞춤형 자본 공급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각 권역 내 이차전지, 방산, 우주항공 등 국가 첨단 전략산업을 영위하는 지역 기업들에게 특화된 여신과 금융 솔루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비수도권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BIZ프라임센터'를 잇달아 개설했다. 창원과 광주, 반월시화 등에 거점을 마련하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최근 '脫서울' 현상을 두고 단순히 정부 정책에 대한 '코드 맞추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수도권 여·수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 금융지주가 비수도권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지원에 나선 것은 실질적인 '포용금융'이자 핵심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자리 잡은 전북혁신도시···4대 금융지주 완전체 집결
비수도권의 거점 확대 전략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지역은 단연 전북혁신도시다. 최근 4대 금융지주는 일제히 전북혁신도시에 자본시장 핵심 기능을 집중시키며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행보의 중심에는 150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NPS) 기금운용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근거리 소통을 통해 수탁 업무, 대체투자, 펀드 위탁 운용 등 파생되는 막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하고자 대형 민간 금융사들이 앞다퉈 전북으로 모이는 것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은 연초부터 기업금융 및 자본시장 특화 인력을 전북에 전진 배치한 데 이어 하나금융 역시 최근 자산운용·수탁 기능을 아우르는 '원루프(One-Roof) 센터' 신설 계획을 확정했다.
그간 전라북도가 염원해 온 서울, 부산에 이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전주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 평가'를 위한 연구 용역을 공식 발주한 바 있다. 오는 10월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4대 금융지주가 한발 빠르게 현지 거점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4대 금융지주의 집결이 성공적인 지역 금융 거점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단순히 지정 평가에서 점수를 얻고자 사무실 입주나 인원 채우기 식의 외형적 확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부산 금융 중심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건물만 옮기는 식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이나 금융 생태계 활성화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 이전 위주로 진행됐던 기존 혁신도시의 한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전한 금융사들이 현지 스타트업, 대학,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자생적으로 굴러가는 '진짜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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