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화장품 돈 되자 건설·식품·금융까지 가세···'묻지마 진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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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돈 되자 건설·식품·금융까지 가세···'묻지마 진출' 괜찮나

등록 2026.03.26 14:45

양미정

  기자

진입 장벽 낮아진 구조, 브랜드 쏟아져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및 치킨게임 우려유통·마케팅 비용 부담에 후발주자 고전

뷰티 매장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뷰티 매장에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건설·식품·금융 등 이종 산업 기업들까지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제조 설비 없이도 브랜드 론칭이 가능한 산업 구조와 K-뷰티 수출 호조가 맞물리며 '신사업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 참여자가 급증하면서 경쟁 과열과 수익성 악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약 114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 규모가 2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화장품이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국내 대표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K-컬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증가와 방한 외국인 회복세가 맞물리며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성장세는 산업 경계를 빠르게 허물고 있다. 건설사는 분양 경기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식품기업은 기존 소비재 브랜드 확장 차원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사업 기회 확보 차원에서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과거 패션·생활용품 중심이던 시장이 사실상 전 산업군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도 기업 유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씨앤씨인터내셔널 등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이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제조 설비 없이도 제품 기획과 브랜드만으로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탓에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수는 2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업 구조가 경쟁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브랜드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 선택은 제한적인 만큼, 시장이 점유율을 나눠 갖는 이른바 '나눠먹기'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통 채널 입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할인·프로모션 중심 판매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주요 유통 채널에서는 높은 수수료와 판촉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유통과 마케팅 비용으로 소요되는 구조인 만큼, 히트 제품이 없는 브랜드는 흑자 전환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플랫폼 광고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후발주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국내외에서도 유사한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 & Company)와 유로모니터(Euromonitor) 등이 K-뷰티 신규 브랜드 급증과 마케팅 비용 상승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한 증권업계에서는 뷰티 시장이 상위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옥석 가리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신규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수 증가 속도가 소비 확대를 앞지르며 공급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경쟁은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진입 기업이 늘어날수록 가격과 마케팅 경쟁이 동시에 심화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시장은 점유율을 둘러싼 소모적 경쟁이 반복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종 산업 기업일수록 이러한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낮을 경우 브랜드 기획력과 마케팅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장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성장 기대감으로 신규 진입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브랜드 수 증가 속도가 수요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 채널 확보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결국 가격과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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