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대 은행, 달라진 사외이사 인선 무게추···'내부통제→소비자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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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달라진 사외이사 인선 무게추···'내부통제→소비자보호'

등록 2026.03.24 15:42

김다정

  기자

소비자보호 전문가 영입 경쟁···지배구조 모범관행 실천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격상···이사회가 직접 '브레이크'수익 방어용 '내부통제' 끝···'고객 중심' 전진 배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은행권의 이사회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각 은행들의 신임 사외이사 인선 무게추가 소비자보호로 이동하면서 경영 패러다임이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관료 출신이 차지했던 자리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 전문가와 정책 연구자들이 메우는 모습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은 이사회 구성에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 은행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선임하는 동시에 이사회 산하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거나 격상하고 있다. 이사회의 역할을 경영진 견제를 넘어 고객 권익 보호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뉴페이스' 살펴보니···전직 관료 대신 '소비자보호' 현장 전문가


올해 4대 은행은 사외이사로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이사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체계가 은행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차원에서도 관련 전문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신임 사외이사로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추천했다. 오는 25일 정기 주총 의결을 거쳐 사외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KB국민은행 사외이사는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로 재추천된 문수복(디지털)·김성진(금융)·이정숙(법률) 이사와 윤대희(회계) 이사를 포함해 5인 체제를 이어간다. 기존 서태종 사외이사는 최장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자 소비자보호 전문가이자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료인 서태종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이번에 서태종 사외이사가 떠난 자리에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연구자'인 연 후보를 추천하면서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연 후보는 한국조세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쳐 현재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과 제도 설계 연구를 수행하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과정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다.

KB국민은행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금융이라는 국민은행의 소비자 보호 원칙 아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금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연 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도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대신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그 외 임기 만료 대상자인 전진규(경영), 권영선(행정), 김도진(금융), 최상태(회계) 위원들은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주 후보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 정책 및 제도에 대한 높은 실무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며 "소비자보호 분야의 전문성과 금융회사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은행 이사회의 역량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소비자보호 분야의 경험이 있는 법률가를 영입해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주총에서 윤준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부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헌법재판소 출신 법률전문가인 서기석 사외이사와 전 삼성카드 디지털본부 부사장 이인재 사외이사의 빈자리를 메꾼 것이다. 신한은행은 윤준 사외이사를 영입하면서 이사회 내에서 법률 자문과 소비자보호를 모두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임추위는 "(윤준 사외이사는)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며 "법률적 식견과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이사회 의사결정의 안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사후관리→선제적 방어' 전진 배치


은행권의 이번 이사회 재편 핵심은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것을 넘어 소비자보호를 이사회의 실질적인 최상위 의사결정 체계로 편입시켰다는 데 있다.

올해 4대 은행은 일제히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그동안 사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선제적인 소비자보호를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전진 배치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이사회 구성에 변동이 없지만, 이사회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소보위)'를 신설하면서 소비자보호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 인적 수혈 없이 소비자보호 시스템 안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보호 전문 이사를 포함해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반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개최해 소비자보호 관련 경영 전략과 정책, 규정의 제·개정 등 주요 사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위원회 신설로 금융상품 기획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소비자 보호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내부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경희 사외이사의 역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주총을 마무리한 신한은행도 이사회 내 소보위를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기존 이사회 소위원회로 있던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소보위로 격상했다. 이번주 주총을 앞둔 KB국민은행도 소보위를 신설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 전면에 내세운 이유


올해 은행권이 사외이사 인선과 이사회 조직 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압박과 더불어, 반복되는 금융사고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특히 더 이상 리스크관리 차원의 내부통제만으로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과 규제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자기반성이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이사회의 역할도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 사업 초기 단계부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확대됐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번 은행권 이사회의 변화가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권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것을 요구해 온 금융당국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실제 '실효성 있는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가가 은행권 신뢰 회복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재편은 소비자 보호를 단순한 구호가 아닌 경영의 핵심 가치로 정착시키기 위한 행보"라며 "상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원칙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소비자 중심 금융 문화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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