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가 급등에 최고가격제까지···벼랑 끝 정유사들 "억울하다"

산업 에너지·화학

유가 급등에 최고가격제까지···벼랑 끝 정유사들 "억울하다"

등록 2026.03.10 14:25

이승용

  기자

서울 휘발유 1949원·경유 1971원···국제유가 급등분 반영업계 "싱가포르 제품가 연동"···임의 인상 구조 아니다 반박4300억 과징금 매긴 공정위···15년 만에 정유 담합 재조준

[DB 주유소, 경유, 휘발유, 고유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DB 주유소, 경유, 휘발유, 고유가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중동발 위기로 국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정부가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주유소 원적관리' 사건 이후 다시 정유 4사에 대한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신속한 도입을 지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 과정과 정부 대응의 실효성에 쏠리고 있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49.13원, 경유 가격은 1971.18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최고가는 전날보다 4.64원 오른 2598원, 경유 최고가는 전날보다 5.45원 오른 2658원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를 상대로 석유제품 가격 담합 의혹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짧은 기간에 급등하는 과정에서 정유사들이 가격 인상 정보를 공유하거나 인상 시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정유업계는 이번 담합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상 선을 긋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류 소매 가격이 개별 주유소에서 결정되고, 정유사 공급 가격 역시 싱가포르 석유제품 시세와 환율에 연동되는 구조여서 자의적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원가 상승에 따른 개별 업체의 가격 조정은 가능하지만, 경쟁사 간 가격 인상 폭이나 시점을 맞추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하는 만큼 업계도 관련 접촉과 논의에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 정보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노출되고 정부와 시장의 감시도 상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역시 업계가 담합 의혹을 부인하는 근거 중 하나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정유업계를 둘러싼 과거 담합 논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1년 정유 4사가 이른바 '주유소 원적관리'를 통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43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에는 정유사들이 기존 거래 주유소를 서로 침범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후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담합 합의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처분을 상당 부분 취소했다.

결국 이번 공정위 조사 역시 최근 가격 급등이 국제유가와 환율, 정제마진 등 시장 요인만으로 설명 가능한지, 아니면 사업자 간 정보 교환이나 암묵적 공조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신속한 도입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의 가격 통제 검토와 공정위 조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교수는 "국내 유류 가격은 정유사가 임의로 책정하는 구조라기보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시장 연동 구조에 가깝다"며 "최근 가격 상승도 정유사의 과도한 마진 확대보다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급등과 글로벌 공급 차질에 따른 수급 불안이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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