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밀가루값 잇단 인하에 식품업계 '가격 압박'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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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값 잇단 인하에 식품업계 '가격 압박' 확산

등록 2026.03.03 07:59

김다혜

  기자

제빵 내리고 라면·제과 '신중'원가 비중·환율·인건비 놓고 '온도차'일부 가격 정책 재검토 움직임도

밀가루값 잇단 인하에 식품업계 '가격 압박' 확산 기사의 사진

CJ제일제당의 밀가루 가격 추가 인하를 계기로 가공식품·외식업계 전반에 가격 조정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일부 품목의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파급 가능성이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밀가루 제품 가격을 평균 5% 추가 인하했다. 올해 1월 초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평균 4% 낮춘 데 이어 지난달 초 소비자용 제품 가격을 평균 5.5% 인하한 이후 이뤄진 조치다. 연초 이후 세 차례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인하 폭은 누적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맞물려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가격 담합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밀가루 담합 건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주요 원재료 시장에 대한 감독 강화가 가격 인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밀가루 가격 인하는 제빵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먼저 반영됐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빵과 케이크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두 업체는 밀가루와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공급가 하락분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밀가루는 빵·면·과자·냉동식품·외식 메뉴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그동안 식품업계는 원재료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왔다. 이에 따라 인하 요인이 발생한 상황에서 가격 정책 유지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라면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밀가루 가격 인하만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라면업계 A사 관계자는 "라면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10% 내외로 크지 않다"며 "팜유와 스프 원재료, 포장재 가격은 환율 영향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라면업계 B사 관계자는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 확대, 물류비와 인건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 인하만으로 전체 제품 가격을 재검토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제과업계도 유사한 입장이다. 코코아와 팜유 등 환율 영향을 받는 수입 원재료 가격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주장한다. 제과업계 C사 관계자는 "제조원가에서 설탕과 밀가루 비중은 일부 제품 기준 1% 미만"이라며 "코코아, 유지류, 포장재 등 다른 원재료 가격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재료 인하분을 즉각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전반적인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제품군에 따라 밀가루 비중은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2022년 8월)에 따르면 빵류와 면류의 밀가루 비중은 각각 62.6%, 61.9%로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과자류의 경우 밀가루 비중은 44.3%, 설탕은 11.2%로 조사됐다. 품목별·업체별 차이는 존재하지만 일부 제품군에서는 밀가루 가격 변동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식업계 역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밀가루 사용 비중이 높은 베이커리 브랜드는 원가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되지만 인건비와 임차료 상승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인하가 누적되고 실제 가격 조정 사례가 나오면서 내부적으로 가격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환율과 인건비 등 전반적인 비용 구조를 감안할 때 즉각적인 전면 인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식적으로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재료 인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가격 조정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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