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펀드 조성 등 대미 투자 세부 구조 공개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없이 협상 마무리반도체 포함 주요 산업 미국 진출 기반 마련
29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브리핑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으로 구성된다"며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달러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한도를 명시적으로 설정했다"며 "사업 진척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해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이며,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양국이 수익을 5대5로 나누되, 20년 내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반도체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김 실장은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 추가 개방은 막았다"며 "검역·통관 절차에서 협력 강화 수준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선업 협력펀드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며, 투자 외에도 보증을 포함한 형태로 추진된다. 김 실장은 "선박 건조·도입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국내 조선사의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선박·해양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상회담은 전날까지만 해도 난항이었으나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직후 급물살을 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방명록에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남기며 기대를 표했고, 회담 내내 두 정상 간 신뢰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7월 잠정 타결 이후 2개월 만의 공식 확정이다. 당초 미국은 연간 250억달러 투자를 요구했으나 한국이 200억달러 상한을 관철하며 일정 부분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금 투자 비중이 60%를 넘어서면서 외환시장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은 남았다.
한편 이번 관세 인하로 대미 자동차 수출 부진 완화가 기대된다. 올해 9월까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226억달러로 전년 대비 14.4% 감소했으나, 관세율이 15%로 인하되면 연말 이후 회복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역시 대만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 혜택을 확보하면서 수출 불확실성을 줄였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한·미 경제협력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 금융 패키지가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과 산업공급망 협력 강화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 이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절차를 철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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