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위 보유 각종 규제 권한·검사권 요구정부 조직개편 추진 과정서 '한은 소외론' 나와'한은 역할론' 목소리···중장기 목표 삼을 전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금융당국 개편방안을 철회하고 이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기존에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왔지만 해당 내용을 철회하면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현행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이번 정부의 조직개편안 추진 과정에서 외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은은 금융안정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감독 권한 확보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국정기획위원회 개편안에는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등 '한국은행 소외론'이 불거졌다.
지난 7월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금융안정 관련 기구 내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의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 정책체계 개편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한은은 금융위원회가 보유했던 각종 규제 권한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하고 은행과 비은행 검사권을 비롯한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을 줄 것을 요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줄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불거진 것 등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함께 한은도 거시건전성 정책에 참여해 강력히 집행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재는 "금융안정 문제는 은행보다 비은행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어 한은의 공동 검사·조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권한 확대 요구는 금리 정책만으로 물가 및 금융 안정을 도모하기엔 벅차다는 현실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은은 경기 침체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가계대출 급증 등으로 금융 불안 우려가 나와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는 딜레마에 갇혔다.
다만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공개할 때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조직개편을 위한 법 개정을 논의할 때도 한은의 요구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한은은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금융안정협의회로 격상하고 한은 총재가 협의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무산됐다.
한은은 추후 그간 언급해 온 요구안들을 중장기적 과제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요 선진국 가운데 중앙은행이 은행 감독을 맡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일본, 호주 정도 뿐이다. 대체로 거시건전성 규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을 정부가,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은 중앙은행이 하는 나라가 많다.
황건일 금통위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거시 건전성 정책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해 더 기대하는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은의 요구가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은의 요구는 일차적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면서도 "문제 제기가 있으면 더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