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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푸드, 외형성장 함정서 깨어 날 때

오피니언 기자수첩

K-푸드, 외형성장 함정서 깨어 날 때

등록 2025.10.01 08:15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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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K-푸드의 질주가 거침없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오리온 역시 60%에 육박한다. CJ제일제당 식품 부문도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 시장에서 채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제 K-푸드는 더 이상 '한류 마케팅'의 덕을 보는 정도가 아닌 세계인의 밥상에 확고히 자리 잡은 글로벌 산업으로 보인다. 주가도 덩달아 치솟았고 시장에서는 '성공 방정식'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 화려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성장의 날개였던 해외 시장 의존도가 이제는 족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 실적은 환율 변동, 무역 규제, 해상 운임 등 대외 변수에 더욱 취약해진다. 작은 외풍에도 흔들리는 구조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국제 해상 운임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라면 가격 인상을 고민했던 사례는 그 단적인 예다. 오리온도 러시아 시장의 호조에 기대를 걸었지만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수익성 악화는 전체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정 국가, 특정 제품군에 집중된 매출 구조는 외형만 키운 부실 기업의 전철을 떠올리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성장률을 이유로 국내 시장은 기업들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시장은 단순한 '수익 창출원'이 아니다. 가격 전략을 실험하고 신제품 반응을 테스트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다지는 핵심 무대다. 이 테스트베드를 소홀히 한 채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건다는 것은 기초체력을 외면한 채 마라톤에 나서는 격이다.

우리는 지금 K-푸드의 결정적 기로에 서 있다. '해외 의존 50%'를 넘는 이 구조는 축복이 아닌 경고다. 외형만 키운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내실 없이 부풀린 매출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조적 균형을 회복해야 할 때다. 해외 시장의 성장성과 국내 시장의 안정성을 동시에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진출은 계속하되, 그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그리고 국내 시장의 체력 보강이 병행되어야 한다.

K-푸드의 다음 도전은 더 넓은 시장이 아니다. 더 단단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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