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5일 목요일

서울 22℃

인천 20℃

백령 19℃

춘천 20℃

강릉 22℃

청주 21℃

수원 20℃

안동 22℃

울릉도 23℃

독도 23℃

대전 22℃

전주 23℃

광주 22℃

목포 25℃

여수 24℃

대구 23℃

울산 24℃

창원 24℃

부산 23℃

제주 25℃

오피니언 '국민 메신저' 갈림길 놓인 카카오톡

오피니언 기자수첩

'국민 메신저' 갈림길 놓인 카카오톡

등록 2025.09.25 18:19

유선희

  기자

공유

reporter
카카오톡 업데이트 직후 애플리케이션을 열자 기자는 꽤 오래전 만난 취재원의 갓난아기와 갑작스럽게 조우했다. 친구탭이 개편되면서 친구들의 프로필 변경 내역이 피드형으로 바뀐 영향이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마음과 난감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 사진이 가장 첫 화면에 뜨니까 기분이 나빠요", "휴대폰 바꾸려는데 업데이트된 카카오톡을 써야하는 게 별로네요." 등 카카오톡의 친구탭 개편에 혹평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됐다.

한국 이용자 일상에서 카카오톡이 가진 역할을 생각해보면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카오톡은 친구, 지인, 가족들과의 연락 수단이기도 하지만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리서치 전문 기관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가운데 카카오톡을 업무에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81%에 달한다. 일상 영역과 업무 영역에서의 역할이 혼재된 플랫폼인 것이다.

그런데 카카오톡 프로필과 배경화면, 친구탭은 이용자들의 지극한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이다. 개인 공간은 타인이 침범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자신 주변의 사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업무 외에 얽힌 것이 없는 타인의 프로필이 내 개인 공간(친구탭)을 갑자기 침범했기에 불편감과 피로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반대로 내 프로필이 남에게 노출되는 게 꺼림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카카오 측이 이용자 업무와 일상에서 카카오톡의 역할을 고려했다면 개인 공간은 존중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카카오는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이 '친구에게만 게시물 공개'를 활성화하면 프로필을 친구에게만 보이게 하는 기능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프로필 업데이트를 나만 보기'를 선택하면 친구 피드에 해당 내용이 아예 뜨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비판을 무마할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노출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두 가지 선택지에는 개인 공간에 포함하고 싶은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 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설정들은 여러 설정 단계를 거쳐야 해 중장년층의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

결국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 논란은 단순한 UI 불편을 넘어 이용자들이 일상과 업무를 오가며 만든 공간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데서 비롯된다. 피드형으로의 변화가 글로벌 소셜미디어 문법을 따르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해도, 개인 공간을 침범하는 순간 반발은 필연적이다. 카카오톡이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이용자가 느끼는 심리적 경계선을 존중하는 설계가 출발점이어야 한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