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정책 '현장감' 부족, 실효성 제고 필요세액공제 효과 제한, 적자 기업 체감 어려움"직접환급제도 도입 환영"···현금 확보 '해결'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라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 제정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은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여야의 공통 공약으로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제도는 비환급형 세액공제다. 생산비용의 1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납부세액이 100만원이고 공제액이 20만원이라면 80만원만 내는 구조다. 다만 해당 제도를 이용할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하나같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가 비환급형 세액공제를 문제 삼는 이유는 제도가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배터리 캐즘을 겪으며 현금 보유량이 급감했고 금융기관 차입 의존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전례로 삼성SDI가 올해 상반기 1조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환급형 공제는 당장 필요한 현금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월 공제 역시 제한적이고 제3자 양도도 불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유동성이 생명인데 제도가 현금 흐름을 지원하지 못해 큰 부담이 된다"며 "경쟁국은 보조금과 대출 등 직·간접 지원이 다양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과거식 제도에 머물러 정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환급형 세액공제의 구조적 한계는 결국 '흑자를 내는 기업'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산업은 특성상 초기 수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 기간 적자가 이어진다. 결국 현금 유출은 크지만 세금을 낼 이익은 없어 공제 적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실제 배터리 셀 업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삼성SDI와 SK온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두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형식상 이월공제를 통해 향후 흑자 전환 시 공제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적자 국면이 장기화되는 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직접환급제도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는 납부세액과 관계없이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정부가 초과분을 현금으로 지급해주기 때문에 적자 기업, 대규모 초기 투자기업,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는 IRA AMPC의 Direct Pay 옵션이나 CT ITC 제도를 통해 배터리 기업에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에만 거둔 AMPC 금액은 1조8622억원가량이다.
결국 정부가 직접환급형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은 국내 리쇼어링(생산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는 해외 세액공제보다 더 매력적인 혜택이 있어야 기업들이 실제로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배터리 업계가 요구하는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규모는 정부가 우려할 만큼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며 "배터리가 한국의 미래 산업이라고 모두가 인정한다면 이 정도 투자와 지원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판 IRA로 국내 배터리 3사가 받을 수 있는 지원액은 연 3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품'만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구조는 대부분 수출 중심이라 실질적인 혜택이 제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창과 울산에서 생산한 물량을 대부분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현대차·기아에 일부만 납품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국내 사용을 전제로 결단을 내린다면 대규모 수주와 설비 증설에 수조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제 혜택은 고작 15%에 불과해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총 생산비의 30~40%를 직접 환급해주며 차별화된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서 국내로 돌아올 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동현 SK온 팀장도 "해당 법안이 처음 논의된 지 벌써 2년이 지났고 그 사이 우리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점유율과 순위는 크게 떨어졌다"며 "현재 기업들의 재무 여건을 고려할 때 수백억원 규모의 지원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만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조차 불가능한 현 제도로는 체감 효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액공제가 현금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정책 자금 이자를 상쇄할 수 있는 크레딧 형태라도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 논의조차 지난 2년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고 이번만큼은 단순히 직접환급 여부를 넘어 기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