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불안 깊이 공감"···개편 찬반 입장은 불분명직원들은 검은옷 입고 강경투쟁···"관치금융 멈춰달라" 노조, 다음주 대규모 집회 예고···총파업 가능성도
12일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본원 11층 접견실에서 이찬진 원장과 직원 대표단의 첫 면담이 진행됐다. 사측에서는 이 원장과 황선오 부원장이, 직원 측에서는 정보섭 노조 수석부위원장(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윤태완 비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노조 측은 ▲금소원 신설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 ▲제재심·분조위 권한 이관 저지 등 핵심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원장은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직원들의 걱정이나 불안감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조직 분리 비효율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관련 직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세부 운영방안 설계를 위한 관계기관 논의 및 입법 과정 등에서 조합원 및 직원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개편 자체에 대한 찬반 입장은 명확히 내놓지 않았다.
노조 측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며 "다음 주 전 직원이 참여하는 국회 앞 집회를 통해 투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원장의 입장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경영진에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이날 면담에서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가져올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관련해서는 "소비자지원업무를 별도 기관으로 떼어내면 민원 접수부터 처리까지 연속성이 끊기고 업무 중복과 책임 공백 등 혼란이 발생한다"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 인사권·평가권·조직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금융감독기구의 독립 필요성이 강조돼 기존 감독기구를 통합해 금융감독원으로 만들었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인사·예산·경영평가 등에서 정부 통제를 받게 돼 감독기구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조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금감원 독립성을 확고히 하고 관치금융을 차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개혁을 명분 삼아 금융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면담에 앞서 금감원 본원 1층 로비에서는 나흘째 집회가 열렸다. 자리를 메운 검은 옷을 입은 수백명의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공공기관 지정 철회하라", "관치금융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윤태완 비대위원장은 발언에서 "나와 가족, 부모님, 주변 지인들을 위해서라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며 "승진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원하지 않고, 중요한 건 승진이 아니라 금융감독 체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은 신중성보다 돌파력이 필요한 시점인만큼 비대위 전임 위원을 10명으로 확대하고 각 분야별 전권을 부여했다"며 "임원들이 사직서를 내는 것은 가장 무책임한 행위이고, 현재 자리를 지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제는 임원들이 최전선에 나서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막아야한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 정 수석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추진되는 개편은 겉으로는 개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금융을 정치의 도구로 삼으려는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관치가 강화되면 금융소비자는 소외되고 국민 금융안전망은 무너진다"며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금감원의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의 금융안전망"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감원 해체는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의 퇴행"이라며 "기관이 분리되면 중복 규제와 현장 혼선으로 소비자 보호 공백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와 비대위는 향후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 투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국회 앞 집회를 시작으로 조직개편 저지 의지를 외부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회 및 관계기관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의 독립성 약화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경영진과 임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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