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발언 앞두고 투자심리 급속 냉각연준, 7월 FOMC 회의록서 내부 이견 갈려재무부 계정·역레포 급감, 시장 긴장 고조
21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2% 오른 11만4324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께 비트코인은 소폭 상승했으나 일주일 새 6.8%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더리움도 일주일 대비 9%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을 지탱하는 두 자산의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다.
인플레 우려에 금리 인하 전망 99%→83% 급감
이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잭슨홀에서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앞두고 투심이 악화된 탓이다. 잭슨홀 미팅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장들이 모이는 연례 경제 정책 토론회로 21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애초 시장에서는 다음 달 16~17일 FOMC에서 0.25%p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3.1%로 보고 있다.
다만 이는 1주일 전 94.3%에 비해 후퇴한 것이다. 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12일에는 99%를 웃돌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마저 예상치를 4배 이상 웃돌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말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지난달 29~30일 FOMC 회의록에서는 이례적으로 인플레이션 전망과 금리 향배를 두고 연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첨예하게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 내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의견이 갈린 탓이다. 지난달 FOMC는 고용쇼크가 확인된 노동부의 7월 고용동향 발표 전에 열렸다.
7월 FOMC 회의록 공개, 시장은 엇갈린 해석
당시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우먼 이사 2명이 0.25%p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로써 32년 만에 처음으로 FOMC에서 복수의 반대표가 나왔다. 그러면서 연준은 해당 시점에서 노동시장은 "견조"하고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다"고 평가했다. 고용 위험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또 회의에서는 관세가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수입 물가 상승폭이 이전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관세 영향이 완전하게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취지의 공감대도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하설에 무게를 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위원들이 9월 금리인하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FOMC에서 일부 위원들은 월러, 보우먼 이사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들은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소비자 물가에 더디게 영향을 미침에 따라 인플레이션 충격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물론 일부 강경파들은 서비스업 등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규진 타이거 리서치 대표는 "연준의 '이중 임무(dual mandate)'인 최대고용과 물가안정 측면에서, 최근 고용시장 둔화와 생산자물가 상승이 당초 예상했던 완화적 기조와 상충되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다소 불확실한 관세정책이 소비자 가격 전가 여부와 시차도 연준이 고심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재무부 일반계정(TGA)은 미국 정부의 운영 계좌로, 세금, 관세, 국채 발행 수익, 공공 부채 수입을 모으고 정부 지출을 집행하는 데 사용된다. TGA 잔액은 7월 초 3100억 달러에서 최근 56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전문가 "연준 매파 기조, 비트코인·주식 시장에 충격"
이와 별개로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 중 하나는 연준의 양적 긴축 기조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최저치로 줄어든 연준의 역레포(RRP·Reverse Repo) 잔고와 재무부 일반계정(TGA) 현금 확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TGA는 미국 정부의 운영 계좌로, 세금, 관세, 국채 발행 수익, 공공 부채 수입을 모으고 정부 지출을 집행하는 데 사용된다.
RRP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은행 등이 초과 유동성을 연준에 단기로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창구다. 시장의 초과유동성을 흡수하면서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만 리서치 기업 매크로마이크로에 따르면, TGA 잔액은 7월 초 3100억 달러에서 최근 5600억 달러로 불어났다. TGA가 늘어나면서 연준의 RRP 잔고는 21년 이후 최저치인 223억 달러를 기록하게 됐다.
데이비드 두웅 코인베이스리서치 총괄은 "잭슨홀과 PPI는 단지 명분이고, TGA에서 수주간 수천억 달러의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9월에서 10월 사이 RRP 잔액이 0에 도달하고 은행 지급준비금이 2조7000억 달러(약 3737조3400억 원) 밑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위험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레포 금리가 급등하는 단기 자금 경색이 발생하며 재무부의 조달 비용 역시 폭등할 수 있다.
블록체인 리서치사 델파이 디지털은 "은행 준비금 등 유동성 버퍼와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국채 발행을 흡수하기 어렵다"며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면 (국채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자금조달 금리를 끌어올리고, 그 충격이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