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연매출 200억원 이상 손실 우려특허 분쟁 본격화, 업계 긴장 고조
24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알리코제약과 대웅바이오, 동국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 4개 제약사는 내달 1일 카나브 제네릭을 출시한다. 이와함께 보건당국이 피마사르탄 기반 3개 제품군의 상한금액을 조정하기로 결정, 제네릭 진입과 동시에 약가 인하도 이뤄진다.
카나브는 보령이 지난 2010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15호 국산 신약이다. 현재는 단일 성분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에서 파생된 다양한 병용 복합제를 지닌 카나브 패밀리(제품군)로 확장돼 보령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카나브와 그 패밀리 제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09억3200만원으로, 매출 비중이 14.8%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출시 첫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뒤 ARB 계열 고혈압 단일제 처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전년 대비 8.25% 성장한 1837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36% 증가한 468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보령이 설정한 카나브 패밀리 매출 목표는 2026년까지 연 매출 2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특허 만료로 인한 제네릭 출시가 올해 본격화한다는 점이다.
카나브는 지난 2023년 2월 물질특허가 만료된 상태다. 당시 원료 수급 문제로 제네릭 출시가 곧장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곧 4개 사가 허가를 획득하며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보령 측은 일단 카나브정의 용도특허가 아직 만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카나브는 '본태성 고혈압'과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등 2개 적응증을 보유한 약물이다. 이중 단백뇨 감소 적응증에 대한 용도특허가 오는 2036년 1월 만료 예정이기 때문에 제네릭 출시는 무효라는 게 보령의 주장이다. 다만 4개 제약사는 해당 적응증은 제외하고 '본태성 고혈압'만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상태라 출시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소송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특허심판원은 알리코제약 등 5개사가 제기한 '당뇨병성 신장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 특허 회피를 위한 권리범위확인(소극적)에 대해 청구성립 심결을 내렸다. 이는 단백뇨 감소 적응증 관련 미등재 특허를 회피하기 위한 소송이었는데, 보령 측 항소로 상급법원인 특허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양측 사이에는 이미 이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지난달 1일 제네릭의 건보급여 등재를 앞두고 보령이 이들 4개 사에 카나브 제네릭 판매를 늦춰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다. 당시 보령은 제네릭이 단백뇨 감소 적응증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4개 사 모두 다음 달 출시를 강행하기로 했다. 아직 특허소송이 진행 중인데 출시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내용증명 발송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네릭 출시일이 정해지며 보건당국에서도 카나브와 그 복합제에 대한 약가 인하를 결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개최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카나브정 약가인하 안건을 통과시켰다. 제네릭이 급여 등재되며 관련 규정에 따라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7월 1일부터 인하가 고시될 전망이다.
지난해 1509억원에 달하는 카나브 패밀리 매출에서 카나브는 65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43.61%를 차지했다. 예고된 대로 약가가 1년 차 30% 인하되면 매출 역시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1년차에 카나브30mg 상한액은 439원에서 307원, 60mg은 642원에서 450원, 120mg은 758원에서 531원으로 조정된다. 오리지널 가산기간 1년이 지난 뒤부터 카나브30mg은 307원에서 235원, 60mg은 450원에서 344원, 120mg은 531원에서 406원으로 더 떨어진다.
단순 계산으로 카나브정의 작년 실적 658억원 기준 1년 차부터 연간 약 200억원대 손해가 전망된다. 여기에 카나브플러스·듀카브 등 복합제 역시 카나브 약가와 연동 조정돼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제네릭에 따른 점유율 하락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매출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카나브 제네릭 출시를 앞둔 알리코제약 측은 "퍼스트 제네릭으로 허가받은 고혈압 치료제 '알카나정(카나브 성분)'의 출시도 임박했다"면서 "이는 보령제약이 주도해온 카나브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보령 측이 제네릭 출시를 막을 수단은 없다. 다만 특허법원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보령 측이 제네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업계에서는 약가인하에 대한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5년 이슈는 카나브 단일제(30%)와 복합제 듀카브(21%)의 가격인하 과제"라면서 "2025년 하반기에 가격 인하가 되더라도 가처분정지 소송 등으로 대응해 바로 인하가 안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매출 방어가 과제"라고 진단했다.
보령 측은 특허재판 결과나 약가 인하와 무관하게 오리지널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견해다.
보령 관계자는 "후발의약품은 카나브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카나브의 '단백뇨 감소' 적응증이 현재 용도특허로 보호되는 상황에서, '본태성 고혈압' 한가지 적응증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령은 적응증, 오랜 시간 임상 현장에서 처방되며 쌓아온 안전성 등 카나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약품비용)은 2019년 1조5000억원에서 4년간 3000억원 성장해 지난 2023년 기준 1조8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카나브 패밀리는 유비스트 기준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10.3%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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