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식약처, 동물실험 대체 규제 전환 본격화독성시험·치료제 개발에 활용 가속국내 오가노이드 산업 도약 발판 마련
13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ODC 25'(오가노이드 디벨로퍼 컨퍼런스 2025)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국내 최초 오가노이드 전문 바이오텍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주최했다. 행사에는 포도테라퓨틱스,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등 여러 국내외 기업 관계자가 연사로 참여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오가노이드가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정책적·상업적 여건도 긍정적으로 변화하며 향후 5~10년 내에 다수의 상용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경진 오가노이드사이언스 CTO는 첫 세션에 참여해 오가노이드 플랫폼이 인간 대상 치료와 동물실험 대체 모두에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CTO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재생의학,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동물실험 대체 규제 변화와 맞물려 산업계의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인 요소뿐 아니라, FDA 역시 오가노이드 AI 모델이나 생체모사 칩 같은 대체 동물실험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요인들이 오가노이드 분야에 대한 많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제약사(글로벌 빅파마)가 오가노이드 기술을 인수해 내부 기술 자산으로 편입시키고, 자사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 정책변화에 빅파마 호응
실제로 머크는 지난해 12월 네덜란드의 오가노이드 개발기업 HUB 오가노이즈(HUB Organoids Holding B.V.) 인수를 발표하며 세포 배양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 기반 시험 역량을 키워 약물 개발 초기단계에서 동물 실험 의존도를 낮추고,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예측 정확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GSK 등 여러 빅파마가 간 독성을 비롯한 특정 질환 모델링과 약물 스크리닝을 위한 오가노이드 시스템 개발에 나선 상태다. 특히 로슈는 지난 2023년 인체생물학연구소(IHB)를 설립해 여러 오가노이드를 개발, 의약품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의 이러한 적극적인 도입 움직임은 규제 당국의 기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단클론항체 및 기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용 절감과 신약 안전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치로,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기반 컴퓨팅 시스템, 생체모사 칩, 오가노이드, 세포배양, 컴퓨터 모델 등을 포괄하는 '신규접근법(NAMs)'을 적극 도입하게 된다.
FDA는 발표를 통해 "동물실험 요건을 축소, 정제, 또는 대체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며, NAMs를 활용한 안전성 데이터 제출 시 기업에 심사 우대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년간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단클론항체 개발 과정에서 동물 대신 NAMs를 사용하도록 허용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인 규제 개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며 각국 규제 당국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서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선 공약과 각종 발언을 통해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 제정으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표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회에는 이미 2020년과 2022년 각각 'PAAM(동물대체시험 촉진법)', 'VAAM법' 등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3년에는 국제동물보호단체 한국HSI 주도로 6만6000명 이상이 동의한 국민청원이 제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식약처 주도로 오가노이드·AI 기반 독성예측 기술과 인공장기 플랫폼에 집중 투자를 시작한 상태다. 식약처는 올해 동물대체시험법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약 100억원을 배정했다. 또 최근 총 12개 부서가 참여한 '바이오미래발전협의회'를 출범해 오가노이드와 동물대체시험법을 도입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 기조가 확고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만큼 관계 당국의 제도화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기술 '자신감'
세계적 트렌드가 동물실험 축소 기조를 보이며 오가노이드 산업이 부각 받는 가운데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는 모두 기술 발전 속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해 조직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이를 내시경을 통해 손상 부위에 국소 이식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이 CTO는 해당 플랫폼을 사용한 최초의 인체 치료가 지난 2023년 이루어졌으며, 6개월 임상 결과 75% 이상의 치유율과 100%의 임상 증상 개선이라는 초기 성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CTO는 오가노이드 플랫폼이 암 백신·항바이러스 신약 개발, 탈모 치료제, 유산균 제품 평가, 반려동물 대상 제품 테스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는 다양한 모델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암 백신처럼 새로운 치료법들은 아직 적절한 동물 모델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제는 반려동물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애완동물 대상 대체 모델 개발도 주목받는 중"이라고 했다.
김정은 포도테라퓨틱스 상무(CTO)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자사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임상에 나오는 환자의 결과를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단순하게 환자의 반응성을 예측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환자가 언제쯤 이 약에 대한 내성을 가질지 혹은 어떤 환자군에서 약이 더 잘 들을 건지 등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또 다른 연구 분야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가 2023년 14억2000만 달러(약 2조원)에서 2028년 43억8000만 달러(약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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