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미비에도 콜옵션 강행···예탁원도 제동예외 모형 논란·신규 자본 조달 불발 원인사모펀드 지배구조·매각 절차 지연 배경도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손보는 당초 지난 8일로 예정했던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일정을 오는 12일로 연기했다. 롯데손보는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 콜옵션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결정을 거스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후순위채는 통상 만기가 10년이지만 통상 발행 후 5년 이내 콜옵션을 행사한 뒤 차환하는 것이 통상적인 시장 관례다. 다만 금감원은 지난 7일 롯데손보가 자본 적정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콜옵션 불승인 결정을 내리며 제동을 건 상황이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롯데손보의 자본 건전성이다. 콜옵션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이 150%에 현저히 미달할 정도로 하락한 수치로 나타났다. 콜옵션 관할 실무 기관인 예탁결제원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실제 콜옵션 행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업계는 롯데손보의 콜옵션 강행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부터 금융당국과 지속적으로 빚어진 마찰에서 비롯된 사태로 보고 있다. 앞서 롯데손보는 지난해 실적 집계 과정에서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에 대해 업계에 유일하게 '예외 모형'을 선택해 이목을 끌었다.
당시 금감원은 예외 모형이 회사에 과도하게 유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예외 모형을 적용했을 때 지난해 기준 154.6%로 집계된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원칙모형으로 산출할 경우 127.4%로 권고 기준을 하회한다. 다만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롯데손보는 예외 모형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지난 2월에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두고 양측이 또다시 충돌했다. 당시 롯데손보는 1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사전 진행했는데, 발행이 성사됐다면 콜옵션 행사에도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롯데손보는 이후 후순위채 발행을 철회했다. 금융당국이 발행을 보류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 전날 정정신고를 요구하는 등 발행 조건을 강화해 실질적인 발행이 어렵도록 했다고 밝혔다.
반면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발행 승인을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을 지도했을 뿐, 발행을 자진 철회한 것은 롯데손보 측이라고 반박했다. 잠정 재무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채권 공모발행 시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판단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또 업계는 롯데손보의 지배구조가 사모펀드 중심이라는 점도 또다른 콜옵션 강행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현재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로, 77.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자본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비교적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타 업권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안정적 경영보다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업계는 염려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 8일 진행된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콜옵션 관련 입장 브리핑에서 "최근 보험사들의 단기 실적주의를 좀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 왔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유인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기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업이 사모펀드의 지배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많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요인들을 종합해서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롯데손보의 매물로서의 가치 제고에도 콜옵션 행사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한 뒤 지난해 7월부터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듬해부터 상시 매각 대상으로 전환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각 지연 사유에 대해서는 JKL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 희망가가 롯데손보의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규 자본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로 인해 제한된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손보가 강행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롯데손보의 향후 자본 확충 방안 금융당국과의 협의 내용 등이 주된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의 1분기 지급여력 비율 등이 구체적으로 공시되는대로 관련 시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김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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