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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P-CAB 국산 신약 '왕좌의 게임'···해외서도 경쟁 예고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P-CAB 국산 신약 '왕좌의 게임'···해외서도 경쟁 예고

등록 2024.10.08 16:24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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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처방액 규모 2176억원제일약품 '자큐보' 출시···약가 911원으로 가장 낮아HK이노엔·대웅제약 해외 진출 속도···제일약품 21개국 진출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제일약품 '자큐보'가 지난 1일 출시되며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삼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P-CAB 약물을 개발한 국내 기업 모두 글로벌 공략에 적극 나서며 해외에서도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신흥 강자 '칼륨 경쟁적 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약물과 전통 강자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 약물 시장으로 양분된 상태다.

PPI 제제와 P-CAB 제제를 포함한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PI 계열 치료제 시장 규모는 6951억원이지만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규모는 2176억원에 그쳤다. 전체적으로는 PPI 제제가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 품목으로는 1위와 2위를 모두 P-CAB 계열 제품이 차지하며 시장 변화를 입증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제품은 P-CAB 계열 약물인 HK이노엔 '케이캡'으로 약 1500억원대 원외처방 매출을 올렸다. 점유율 2위 제품 역시 P-CAB 계열 약물인 대웅제약 '펙수클루'로, 지난해 약 535억원의 원외처방 매출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도 케이캡과 펙수클루는 각각 매출 889억원, 513억원을 올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추세대로면 케이캡은 올해 처음 연 매출 2000억원 돌파도 가능하다.

P-CAB 제제가 PPI 제제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제일약품은 지난 1일 국내에서 세번째 P-CAB 계열 약품인 자큐보정을 시장에 출시했다. 자큐보정은 회사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이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국산 37호 신약으로 허가 받았다.

제일약품과 파트너사인 동아에스티가 자큐보의 국내 유통 및 판매를 맡는다.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는 자큐보 3년 목표 매출액을 1897억원으로 설정했다.

공동 판매는 국산 P-CAB 신약 판매사가 똑같이 펼치고 있는 전략이다. HK이노엔은 보령과 손잡고 케이캡을 공동 판매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펙수클루를 공동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HK이노엔과 종근당이 케이캡을 공동 판매했으나, 지난해 말 HK이노엔이 파트너를 보령으로 교체한 후 올해 4월 종근당도 대웅제약과 새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웅제약은 종근당과 공동 판매 계약을 맺으며 펙수클루의 연내 시장 1위 품목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업계에서는 P-CAB 판매사 모두 영업력을 인정받은 기업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걸로 예상한다. 또 다른 변수인 약가는 자큐보정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자큐보정의 보험 약가는 20㎎ 정당 911원으로 펙수클루의 939원과 비슷하다. 케이캡 1300원과 비교하면 30% 저렴한 수준이다.

제일약품은 지난달부터 서울 대구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론칭 심포지엄을 열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갔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제제의 점유율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자큐보정'은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새로운 선택지로서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비만이나 고혈압처럼 국가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관련 환자도 증가하는 일종의 선진국형 질병이다. 서양에서는 인구의 약 20~40%가 해당 질환을 앓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자는 2018년 약 445만명에서 2022년 약 488만명으로 1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0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9127억원으로, 2022년 8216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16조원에서 2022년 21조원, 2023년 약 30조원(추정치)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P-CAB 계열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로, 2세대 치료제인 PPI 제제의 여러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P-CAB은 PPI와 달리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고, 복용 후에 효과가 빠르고 길게 나타난다. 하루 한 번만 복용하면 돼 복용 편의성이 높고, 한밤중 속쓰림 등 부작용도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비스트 기준 국내 PPI 외래 처방 금액은 지난해 69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P-CAB 외래 처방 규모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2176억원으로 성장 추세는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VMR(Verified Market Researcg)에 따르면 P-CAB 시장은 연평균 2.64% 성장해 2030년까지 63억 달러(한화 약 8조5012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P-CAB 치료제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로, 세계 주요국에서 허가받은 품목은 5개에 불과하다.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성분명 보노프라잔)과 중국 케어파제약의 '베이웬'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산 신약이다. 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 모두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이유다.

케이캡은 현재까지 해외 45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했다.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과 멕시코, 페루,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지역에서는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이외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14개국과 수출계약을 맺었고, 지난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제약사 타부크 제약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에는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등 중남미 6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해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중남미 18개 국가에 술수출 또는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했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3개국에서는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 개발 중이다. HK이노엔은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파트너사 세벨라파마슈티컬스와 함께 케이캡의 미란성,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성질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 3상을 마치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출시됐으며, 지난 8월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등 중남미 3개국에서 동시 출시됐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에는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황이고, 인도, 아랍에미리트, 과테말라 등 14개국에서 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 측은 2025년 30개국 품목허가 신청과 2027년 100개국 진출 목표를 달성해 펙수클루 단일품목으로 매출 1조원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2027년 100개국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큐보를 개발한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달 12일 멕시코 제약사 라보라토리 샌퍼(Laboratorios Sanfer)와 자큐보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알렸다. 이번 계약은 멕시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총 19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 제약사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최대 1억2750만 달러(약 16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맺고, 올해 5월 인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남미까지 기술수출 형태로 진출하며 총 21개국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에 출시된 다케다제약의 P-CAB 제제 다케캡(미국 제품명 보퀘즈나)의 처방 건수는 올해 2분기까지 누적 12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다케다제약은 미국 파트너사 패썸파마슈티컬스를 통해 보퀘즈나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P-CAB 제제 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상황으로, 증권가에서는 국내 제품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대웅 부국증권 연구원은 "보퀘즈나의 적응증 확장과 주요 PBM 등재를 통해 현재 미국 시장에서 P-CAB제제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후발주자인 케이캡도 그 수혜를 누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케이캡은 보퀘즈나와 동일한 3세대 P-CAB 약물이지만 약효 발현 시간이 월등히 짧다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짧은 약효 발현 시간은 환자들의 선호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출시 시점 차이(약 2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케이캡을 제외한 다른 두 제품은 미국 진출을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뉴로가스트릭스(Neurogastrx)와 지난 2021년 6월 체결한 미국 및 캐나다 시장에서의 '펙수클루(미국 상품명 펙수프라잔)' 임상 개발 및 상업화 독점권 라이선스 계약을 합의 아래 종료했다. 뉴로가스트릭스는 당시 파이프라인 재평가를 통해 펙수프라잔의 개발이 더 이상 전략적 사업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계약 종료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P-CAB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으로는 일동제약이 있다. 일동제약은 대원제약과 손잡고 P-CAB 계열 신약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2상에 돌입한 상태다.

이 밖에 여러 국내 제약사가 케이캡 또는 다케캡을 대상으로 제네릭의 동등성을 검증하기 위한 생동성 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상황이다. 케이캡은 특허 방어를 위해 법정 공방을 벌이는 한편 복합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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