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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도에서 세 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회장

산업 자동차

인도에서 세 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회장

등록 2024.09.25 14:00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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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투자 확대 통해 전동화 대응 글로벌 교두보 마련'로봇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美 상장 가능성 커져주가 상승 발판 삼아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 낼 듯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사의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와 경쟁사의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애정을 갖고 추진해온 인도 시장 공략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현지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면서 연내 정식 상장 가능성에 한발짝 더 다가섰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을 계기로 현대차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0억명 규모의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을 커버할 핵심 생산기지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높임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SEBI에 제출했던 현대차 인도법인의 IPO 예비서류인 예비투자설명서(DRHP)가 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다만 이번 DRHP 승인이 IPO를 위한 최종 승인은 아니며 앞으로 몇 가지의 심사가 더 이어질 예정이다.

현대차의 인도법인 IPO는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주식 8억1200만주 중 최대 17.5%(1억4200만주)를 시장에 내놓는 형태로 진행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의 현금을 조달하게 돼 인도 증시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대 인도 증시 IPO 최대 규모 기록은 지난 2022년 상장된 인도 생명보험공사의 24억5000만달러였다.

인도 현지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빠르면 오는 10월 중순부터 새롭게 상장되는 현대차 인도법인 보통주에 대한 공모 청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도,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시장 공략 교두보 역할 강화 기대


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 i10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에서 현지 전략 모델 i10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은 현지에서 추진한 사업의 투자금을 현지에서 직접 조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낙점한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자동차 시장 공략의 교두보다. 이 지역에는 세계 인구의 74%에 이르는 6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은 잠재적인 경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특히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대국이고 인구수 대비 자동차 보급 대수가 현저히 낮은 곳인 만큼 인도 시장을 확실히 장악해야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시장 석권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번 IPO가 성공한다면 인도 지역 완성차 생산 능력 증강이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 조성한 생산 시설의 총 생산 능력은 약 110만대 안팎이다. 이는 현대차 첸나이 공장과 기아의 아난타푸르 공장의 생산량을 합친 수치다.

여기에 최근 제너럴 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공장도 있다. 이 공장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은 연산 150만대의 완성차를 인도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전동화 전환 대응에 활용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10년간 약 3조원을 인도 시장 내 전동화 전환에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첸나이 공장의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고 충전 인프라를 세우는데 쓰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인도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보급률을 30%로 늘리겠다고 천명한 만큼 현대차가 추진하게 될 전동화 전환 대응 프로젝트가 정부 정책과 맞물려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인도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차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나스닥 상장?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로봇 개'.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을 통해 기대할 만한 또 하나의 이슈는 로봇 관련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 본격화 여부다. 인도에서 IPO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만큼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할 때 2025년 상반기까지 이 회사의 나스닥 상장을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만약 내년 상반기 안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을 해내지 못하면 소프트뱅크가 현재 들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현대차그룹이 정한 가격에 떠안아야 한다. 이 회사의 실적이 적자 상태라는 점이 걸리지만 단기에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현대차가 내년 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번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이 마무리되면 굳이 내년까지 가지 않고 올해 말부터 이 회사의 상장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출자한 HMG 글로벌이 50%의 지분을 쥐고 있고 정의선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각각 20%, 현대글로비스가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풋옵션 권리를 갖고 있다.

인도법인에서 활용했던 방법처럼 HMG 글로벌 측이 보유한 지분을 일부 내놓는다면 상당한 규모의 현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답보 상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 낼까


인도에서 세 마리 토끼 잡은 정의선 회장 기사의 사진

자동차업계와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현대차 인도법인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이 각각 원만히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회사의 상장이 결국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인 지배구조 개편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재벌 중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깨는 것이 그룹의 오랜 숙원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의 모듈 사업과 AS 사업으로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형태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으나 시장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2022년 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나오는 구주매출 자금 확보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는 국내 IPO 시장의 급랭 여파를 이기지 못한 탓에 스스로 상장 카드를 접었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개별사업체'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0.32%에 불과한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 회장이 스스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것이겠으나 안정적인 지배력 구축에 이르기까지는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직접 지분 매입보다는 또 다른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 반발 없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정 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 보유 지분 전량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이다. 정 명예회장 부자는 현대차 지분 현물출자의 조건으로 현대모비스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그룹 내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하거나 정 명예회장 부자가 계열사들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끝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그룹 전반과 현대모비스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높아지고 현대차에 대한 현대모비스의 지배력도 함께 높아진다. 무엇보다 회사 분할 등의 이슈가 없는 만큼 시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 시나리오는 전부터 언급됐던 것이지만 여기에는 현대차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 인도법인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이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현대차의 기업가치가 상승해 현물출자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정 명예회장 지분의 상속과 그로 인한 세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지만 이는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완료로 오너 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이 커진다면 그룹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전개된 투자의 효율화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대차의 기업가치가 상승한다면 투자의 여력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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