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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빅파마, 中 신약후보 도입 급증···美 생물보안법 영향은?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빅파마, 中 신약후보 도입 급증···美 생물보안법 영향은?

등록 2024.09.10 16:10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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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기업 기술수출 81건···15건 이상 10억 달러 초과상반기 기술수출 약 30건, 거래 가치 100억 달러 넘어美 생물보안법 통과, '중국 디스카운트' 현상 심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글로벌 대형 제약회사(빅파마)가 중국 기업이 개발한 신약후보 물질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바이오기업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지만,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에 따라 기술수출 상승세가 계속될지 불확실해졌다.

10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바이오텍에서 해외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한 사례가 최소 70건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술수출그래픽=홍연택 기술수출

중국 소재 데이터·미디어 기업 팜큐브(PharmCub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에서 해외 기업 신약을 들여오는 기술도입(License In) 사례는 170건으로 전년(66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중국 기업에서 해외 기업에 신약을 이전하는 기술수출(License Out) 사례는 70건으로 2021년(42건) 대비 50% 가까이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소재 국제 투자자문 회사 마이바이오 캐피탈(MyBio Capital) 역시 지난해 기술수출이 총 80건으로 2021년(41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며 역대 최고 기록했다는 비슷한 통계를 내놨다.

팜큐브에 따르면 기술수출 70건 중 15건 이상이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규모 계약으로,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해 465억달러(약 62조5000억원)가 넘어 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거래금액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치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BMS는 바이오킨 파마(Biokin Pharma)에서 HER3·EGFR 이중 특이 항체-약물 접합체(ADC) 'BL-B01D1'에 대한 추가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총 84억달러(약 11조원)에 기술이전 했는데, 여기에는 선급금 8억달러(약 1조원), 잠재적 단기 지급금 5억달러(약 6700억원), 마일스톤 71억달러(약 9조5000억원)가 포함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기업의 국제 기술수출 규모는 연간 10건을 밑돌았으나, 2020년 39건으로 급증한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증가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현지 매체 이카이(Yica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6월 30일) 기준 중국 기업의 기술수출 거래 건수는 약 30건, 거래액은 100억달러(약 13조4000억원) 이상으로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과 유럽 등에 소재한 빅파마가 중국 바이오텍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수입하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구 빅파마는 현재 의약품 '특허 절벽'을 앞두고 제품 파이프라인 확장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제약업계 매출 평균 38%에 달하는 품목이 특허 만료에 노출된 상태다. 특히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제품 중 다수가 2026년부터 2029년 사이 특허 절벽에 마주칠 예정으로, 이에 따라 빅파마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7월 삼정KPMG가 발간한 '빅파마 M&A 트렌드로 본 바이오텍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거래 규모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9632억 달러(약 1328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개의 빅파마 기업이 전체 거래금액의 57.7%를 담당했는데, 특히 종양학과 희귀질환 분야에 가장 많은 금액이 몰렸다. 빅파마가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잠재력이 높은 바이오텍 위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는 뜻이다.

동시에 중국 제약사는 현재 수년간 축적된 신약 개발 투자가 서서히 결과를 보이는 시기이지만, 반대로 주식 시장은 침체돼 돈줄이 틀어막힌 상태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본사를 둔 60개 바이오 기업 실적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4개 중 3개 사가 기업공개(IPO) 당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지난 2021년 6월 최고치를 찍은 후 약 800억달러(약 107조4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지난해 중국 바이오텍에 유입된 사모펀드나 벤처 캐피털 자금 역시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미만으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여론은 기술수출 과정에서 일종의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 할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중국 헝루이제약은 성인 천식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권리를 당시 '원 바이오'로 알려졌던 '아이올로스 바이오'에 2150만달러(약 288억8000만원)의 초기 선불금으로 매각했다. 당시 해외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억달러(약 1조원)를 더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GSK는 선불금 10억달러로 아이올로스를 인수했는데, 해외 승인 후 추가로 4억달러(약 5372억8000만원)를 지불한다고 발표했다. GSK는 또 특정 마일스톤에 도달하면 헝루이에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상용화하면 로열티도 지불하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후 중국 제약 업계 내에서 헝루이가 처음 아이올로스와 맺은 계약이 너무 덜 유리하다는 비난이 일었고, 일부에서는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언론에 따르면 한 중국 바이오텍 임원은 "중국은 왜 자국 혁신 의약품을 외국에 그렇게 싸게 파는가"라며 "중국은 좋은 기업이 유망한 제품을 외국 기업에 팔아넘기는 대신 개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 절벽을 직면하게 된 빅파마와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바이오텍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기술수출 사례가 급증하는 동시에 양측 협력 관계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바이오월드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바이오 파트너링 포럼에서 연사들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제약회사들은 중국에서 혁신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는 홍콩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유전자 및 세포 치료법 개발에 집중할 새로운 연구개발(R&D) 허브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지난 5월에는 중국 본토에 본사를 둔 약 80개의 제약 및 생명공학 기업 대표자를 홍콩으로 초대해, 홍콩의 의료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방문 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다케다제약 임원진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다케다 R&D 중국' 혁신 포럼에서 향후 10년 동안 일부 주요 치료 분야에서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중국에서 개발된 더 많은 약물을 세계 시장에 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헝루이제약, 루예제약, 베이진 등 주요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지난 5년간 바젤에 유럽 거점을 여는 등 해외 허브용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중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협력 관계가 지속되고 있지만, 10일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며 미래는 불확실해졌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중국 바이오기업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BGI(베이징유전체연구소) 등 중국 5개 바이오 기업이 포함됐는데, 미국 의회는 이미 다른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 보건 전문 미디어 스탯뉴스(STATnews)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부 글로벌 기업은 더 많은 중국 기업이 법안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중국 파트너사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과 중국용 의약품을 각각 독립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급망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독일에 본사를 둔 머크도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재 이런 변화는 주로 생산·위탁생산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이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위스 매체 SWI는 투자자문사인 HBM 파트너스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바이오보안법은 위협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 알기 어렵다"면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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