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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우유 소비 '뚝'···위기의 유업계, 생존 돌파구는

유통·바이오 식음료 NW리포트

우유 소비 '뚝'···위기의 유업계, 생존 돌파구는

등록 2024.08.31 09:01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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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용유용 원유 가격, L당 1084원 동결···가공유 5원 인하국산 우유 가격 경쟁력 악화···'흰 우유 3000원 시대' 임박외국산 우유 수입 급증···고급화·사업 다각화 나선 유업계

올해 원유 가격이 4년 만에 동결되면서 유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유가공업체가 흰 우유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하면서 '밀크인플레이션' 우려는 없을 걸로 전망된다. 다만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반면 외국산 우유의 수입이 늘고 있어 유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국산 우유, 4년 만 '동결'···흰 우유 3000원 임박


우유 소비 '뚝'···위기의 유업계, 생존 돌파구는 기사의 사진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음용유용 원유의 가격을 L당 1084원으로 동결했다. 가공유의 경우 기존 887원에서 이달부터 882원으로 5원 인하했다. 가공유는 치즈·아이스크림·분유 등 유제품 가공에 쓰이는 원료다.

원유 가격이 동결된 건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의 경우 음용용 원유 가격이 L당 88원 올랐고, 가공유는 87원 상승했다. 이는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첫 해 L당 106원이 오른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인상 폭이었다.

원유 가격 결정에 영향이 가장 큰 요소는 우유생산비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원유 가격과 연동하는 가격 정책이다. 유가공 사업이 장기투자를 요하는 장치산업인 만큼 낙농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와중에 가격 인상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유 가격이 매년 오르자 '밀크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밀크인플레이션은 우윳값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빵·아이스크림·치즈 등 가공식품 물가 인상을 자극하는 현상을 말한다.

낙농진흥회는 2022년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가격 정책을 변경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우유 소비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제도다. 마시는 흰 우유인 음용유와 치즈·버터 등에 들어가는 가공유로 나눠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낙농가가 인상 폭 협상의 최대치인 L당 26원 인상을 요구했으나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했다. 양측은 약 두 달간의 협상 끝에 물가 안정과 우유 소비 감소 등 상황을 고려해 음용유 가격 동결에 합의했다. 앞서 정부 역시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우유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원유 가격 동결에 따라 올해 흰 우유 가격 인상도 없을 걸로 전망된다. 매년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유가공업체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흰 우유 3000원 시대'에 임박했단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기준 서울우유 흰 우유(1L)와 매일우유 오리지널(900ml) 가격은 2960원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동결로 우유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위기의 유업계, 고급화·사업 다각화 '박차'


우유 소비 '뚝'···위기의 유업계, 생존 돌파구는 기사의 사진

그러나 원윳값 동결에도 유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저출산 및 우유 소비 인구 감소로 국내 우유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산 멸균 우유의 수입이 늘면서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3년 27.7kg에서 2023년 25.9kg으로 10년 만에 6.5% 감소했다. 이는 1999년 24.6kg 이후 26년 만에 최소치다.

반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20년 1만1474t에서 2023년 3만7407t으로 226% 급증했다. 올해 수입량은 5만t을 넘어설 걸로 전망된다. 외국산 우유는 폴란드·호주 등에서 멸균 우유로 수입되는데, 폴란드산의 경우 L당 1500~1700원으로 국산 우유의 절반 값이다.

더욱이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연합(EU)산 우유가 무관세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7.2%, 유럽연합은 9.0%의 관세가 적용됐다. 향후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산 우유는 가격 경쟁력 면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유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품 고급화 및 사업 다각화로 맞서고 있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 4월 프리미엄 흰 우유 'A2+ 우유'를 선보였다. A2+ 우유는 일반우유에 포함된 A1와 A2 단백질 중 A2만 함유한 우유로,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소화가 잘 된다는 특징이 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모든 원유를 A2원유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유제품 판매 비중을 낮추고 단백질과 식물성 음료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특히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우유만 파는 기업은 2026년 이후 다 없어질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를 강조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단백질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셀렉스'의 제품군을 확대하고, 균형영양식 전문 브랜드 '메디웰'을 선이며 성인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또 식물성 음료 제품인 아몬드 브리즈와 매일우유, 어메이징 오트 등으로 건강 트렌드에 맞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매일유업의 유가공 제품 외의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39.3%다.

남양유업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브랜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성인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식물성 음료인 아몬드데이와 오테이스티 등을 선보이며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유·분유를 제외한 상품 매출은 전체에서 29.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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