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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이사회 부결률 0.6%···있으나 마나 한 사외이사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제약바이오 이사회 부결률 0.6%···있으나 마나 한 사외이사들

등록 2024.04.11 10:31

이병현

  기자

이사회 평균 13회 개최···안건 502개 중 부결 3건 그쳐유한양행·셀트리온제약 제외 사외이사 반대표 '전무'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 지표, 평균 이행률 46.67%

2023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이사·위원회 개최현황. 그래픽=이찬희 기자2023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이사·위원회 개최현황. 그래픽=이찬희 기자

지난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사·위원회에서 회의에 부친 안건 총 502건 중 부결된 안건은 단 3건에 그쳤다. 유한양행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서는 모든 이사회 안건이 원안 가결됐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해 평균 13건의 이사회와 이사회 내 위원회를 열었다. 이사회 개최 횟수는 총 218건이었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제외한 각종 위원회 개최 횟수는 총 55건이었다. 회의에 부친 안건 수는 총 502건이었다.

이사·위원회가 가장 자주 열린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32건)와 셀트리온(29건)이었다. 이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건), 동아에스티(16건) 순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4건의 이사회와 18건의 위원회를 소집했다. 회사는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 인사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 두고 있다. 각 위원회는 최소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둬 사외이사가 과반을 이루도록 구성했다. 특히 ESG위원회가 8건의 회의를 개최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은 17건의 이사회와 12건의 위원회를 진행했다. 셀트리온은 성과보수위원회, ESG위원회, 특별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두고 있다. 각 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7건의 이사회와 13건의 위원회를 진행했다. 회사는 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 두고 있다. 사내이사 2인 체제인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회는 사외이사가 과반이 되도록 구성했다.

지난해 16건의 이사회와 2건의 위원회를 개최한 동아에스티는 평가위원회를 이사회 아래 두고 있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동아에스티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것이 특징이다. 최희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대웅제약은 이사회 5건으로 가장 낮은 개최율을 보였고, 이어서 GC녹십자(6건), 광동제약(7건) 순으로 이사회 활동이 저조했다.

다만 이사·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만으로 사외이사 의결 활동의 질을 판단할 수는 없다. 부의된 안건 중 정기주주총회 소집 결의, 연말 기부금 집행 승인 등 통상 업무에 불과한 내용도 많았기 때문이다. 혁신, 성장 관련 전략적 안건이나 경영상 중대한 영향을 갖는 안건은 부족한 편이었다. 간혹 회의에 중요 의결 사항이 올라오더라도 100%에 가까운 가결률을 보여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기업에서 위원회 대부분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 맡기는 등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2023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사외이사 의결권 반대 행사내역. 그래픽=이찬희 기자2023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사외이사 의결권 반대 행사내역. 그래픽=이찬희 기자

의결권 결의 현황을 보면 20개 회사 이사·위원회 활동 중 회의에 오른 총 502건의 안건 중 부결된 안건은 3건으로, 부결률은 0.6%에 불과했다. 부결된 안건은 유한양행이 지난해 2월 개최한 1차 이사회에서 다룬 '타법인 투자' 건과 지난해 11월 개최한 8차 이사회에서 다룬 '지분 매각' 건, '타법인 투자' 건이다. 유한양행 측은 "내용 보완 및 추가 설명 요청"으로 인해 보류 의견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재논의 안건으로 보류된 두 차례의 '타법인 투자' 건은 각각 다음 이사회 안건으로 다시 올라 가결됐다.

유한양행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90%였는데 전체 140표 중 찬성 126표, 보류 13표, 기권 1건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셀트리온제약에서 양상우 사외이사(전 한겨레 사장)가 '이사회 규정 개정의 건'과 '이사회 공동의장 각 선임의 건' 총 2건에 대해 반대한 것을 제외하면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없었다. 해당 안건에서도 나머지 이사가 모두 찬성표를 던져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유한양행과 셀트리온제약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업의 사외이사는 자신이 참석한 회의에서 1년 동안 모든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만 던졌다는 얘기다.

업계 내부에서도 가결률이 99.4%에 달하는 '무늬만 이사회'에 대한 우려가 있다. 취약한 지배구조는 결국 기업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외이사 독립성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정부가 제시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내 핵심 지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OCI홀딩스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운영하기 위해 안미정 이룸리온 대표변리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안 의장은 OCI그룹 내 첫 번째 여성 의장이자 첫 번째 사외이사 출신 의장이다.

OCI홀딩스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운영하는 것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고히 하면서, 균형감 있고 합리적인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전년도 기준 자산 1조원 이상인 제약바이오 기업 15곳에서 공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보면 핵심지표인 '이사회·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현황'(▲CEO 승계정책 운영 ▲내부 통제정책 마련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문제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6년 초과 사외이사 없음)에 대한 평균 이행률은 46.67%였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된 기업은 3곳(▲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쏘시오홀딩스)에 불과했고,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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