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7위···경쟁사 대비 성장 폭 둔화한·미·유럽 다 합쳐도 중국 절반···"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전문가 "전동화 생태계 위기" 우려···"아직 기회 있다" 전망도
전기차 판매 영토를 넓히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미국‧유럽과 달리 연간 900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존재감이 옅어서다.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의 중국 부진이 부품업계 등 국내 전동화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7위에 그쳤다.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비야디(21.1%)가 차지했고, 테슬라(13.7%)와 상하이차(7.50%), 폭스바겐그룹(6.80%), 지리차(5.80%), 스텔란티스(4.50%)가 현대차‧기아보다 높은 순위에 올랐다.
더 주목할 부분은 주요 전기차 제조사 가운데 현대차‧기아만 전년 대비 성장 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비야디는 92.70%나 성장했고, 테슬라와 폭스바겐도 각각 62%, 24.6%씩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업체인 상하이차와 지리차도 각각 23.3%, 46.4%씩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년 동기 대비 7.7% 성장하는 데 그쳤다.
<span class="middle-title">中,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63%···2년 뒤엔 내연기관차 추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 둔화 배경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첫 손에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성장 속도 면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오는 2025년이 되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기존 내연기관차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물량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팔릴 신재생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무려 9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망치인 1435만대의 62.7%가 중국에서 팔려나갈 것이란 얘기다. 현대차의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191만대)과 유럽(283만대), 한국(21만대)를 모두 합쳐도 중국 단일 시장에 크게 못 미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예상대로 2025년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돌파하게 된다면 중국은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 시장을 구축한 첫 번째 소비 대국이 된다"며 "시장 점유율 톱10 기업 중 테슬라를 제외하면 모두 국산 브랜드인 점도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현지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야디는 115만대를 판매해 시장 1위에 올랐고, 이어 테슬라(29만대), 아이안(21만대), SGMG(SAIC-GM-Wuling‧18만대), 지리차(15만대) 등이 뒤를 이었다. 비야디, 테슬라, 지리차 등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전기차 업체들이 글로벌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2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판매량(도매 기준)은 총 5만6000대로, 시장 점유율은 1.06%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판매량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내연기관차가 차지하고 있다.
<span class="middle-title">"중국 공략 없인 전동화 패권 못 쥔다"···고급화로 승부 봐야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중국 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도와 인도네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1위에 오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중국 시장 없인 전동화 패권을 쥐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중국 시장은 연간 900만대 시장이라 현지 업체들과 테슬라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를 내릴 수 있다"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무리하게 가격을 내릴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에서 양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제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번 시장에서 밀린 브랜드가 판매를 다시 회복하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글로벌 2위 완성차업체지만 철수 후 재진출한 미국 시장에선 여전히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은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부진이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현대차‧기아가 중국에서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결국 출혈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현대차보다 우리 중소 부품업계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현대차가 수출하는 전기차들은 저렴한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현대차의 동남아 공장도 이미 현지화(현지 부품조달)가 끝났다"고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기아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에서 저가형 전기차로 승부를 보긴 어렵다"면서도 "얼리어답터들의 테슬라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된 현시점에서는 프리미엄급 전기차의 상품성을 높여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스크가 큰 중국시장에선 무리하게 전기차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내실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 1위인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고급차(제네시스)와 현지전략차종(EV5)을 앞세운 투 트랙 전략으로 시장 파이를 점차 늘려가되 별동 시장으로 관리해 문제가 생기면 즉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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