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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로봇 운전과 인간 운전의 충돌

전문가 칼럼 권용주 권용주의 모빌리티쿠스

로봇 운전과 인간 운전의 충돌

로봇 운전과 인간 운전의 충돌 기사의 사진

"당장 로봇 택시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이 캘리포니아 자치 당국에 요구하는 목소리다. 격렬한 토론 끝에 로봇 택시 운행을 24시간 허용한 지 일주일이 지나 벌어진 일 때문이다.

승객을 태운 로봇 택시가 정상적으로 녹색 신호를 인식하고 사거리에 진입했다. 하지만 그 순간, 긴급 출동하는 소방차가 로봇 택시를 추돌했다. 이미 사이렌을 울리며 사고 현장으로 가던 소방차는 사거리에서 로봇 택시가 비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소리를 들은 인간 운전자는 녹색 신호에도 사거리에 진입하지 않았던 반면 로봇 택시는 시각에만 의존해 신호를 보고 진입했다. 다행히 로봇 택시 탑승자는 가벼운 부상에 머물렀지만 이 사고가 가져올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이미 미국 내에선 사고 책임을 두고 법적 논란이 분분하다. 일단 추돌만 보면 가해자는 소방차다. 그러나 소방차는 긴급 출동 때 교차로 우선 통과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그래서 책임이 없다. 그렇다면 사거리에 진입한 로봇 택시 잘못이다. 하지만 로봇 택시는 녹색 신호에 정상적으로 진행했고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인간 운전자도 실내에서 음악을 크게 듣거나 청력이 약하면 소리를 못 들을 수 있다. 그러니 로봇 택시 과실이 아니고 전방 주시를 태만한 소방차 운전자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상자는 발생했다. 부상자는 누구에게 보상을 청구할까? 현재는 로봇 택시도 일반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다. 그래서 보험사로부터 보상받는다. 그런데 보험사는 이때부터 고민한다. 보상금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방차와 로봇 택시의 과실률을 계산해야 하는 탓이다. 소방차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로봇 택시가 잘못한 것인가? 로봇 택시의 과실은 사이렌을 듣지 못해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로봇 택시는 원천적으로 사이렌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청각 기능을 부여하지 않은 제조사에 책임을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제조사는 항변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소방차 또는 경찰차가 내보내는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점을 운행 허가 전에 충분히 설명했고, 여러 합의를 거쳐 정부로부터 운행을 허가받았다고 말이다. 따라서 제조사보다 운행을 허가한 당국의 책임을 언급한다. 그러나 주 정부는 6시간의 격렬한 토론 끝에 로봇 택시 운행을 허용했고 문제가 있으면 즉시 운행을 중단키로 한 것일 뿐 사고 책임은 없다고 반박한다.

그나마 부상자는 로봇 택시 제조사가 만든 이동 수단에 탑재해 사고를 당해 보상이 쉽다. 여기서 로봇 택시 제조사로부터 운송 사업자가 제품을 사들인 후 운행하다 사고가 났다면 운송 사업자도 개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로봇 택시 제조사, 운송 사업자, 운행 허가자, 보험사, 가해자 모두의 책임 비중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우 정부는 개별 이해 당사자의 중재자 역할이지만 이런 상황에선 정부 또한 운행 허가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중재자가 될 수도 없다.

당장 캘리포니아 내에선 로봇 택시의 운행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승인 자체가 취소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어떤 사안이든 문제는 발생할 수 있고 오히려 로봇 택시가 인간 운전보다 사고율이 낮다는 점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는 이번 사고로 로봇 택시 운행 대수를 줄이면서도 '인간은 최악의 운전자(Humans are terrible drivers)'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서서히 로봇과 인간의 운전 전쟁은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로봇 택시를 지지하는 곳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투표에 반영할 태세다. 정치권에선 찬성과 반대 어느 쪽 유권자가 더 많은지 계산이 한창인데 이들은 로봇에게 투표권이 없음을 주목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이용자도 유권자라는 점에서 일단은 관망세다. 흔히 자율주행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 가운데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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