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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창용 취임 1년, 직설화법 '한은사(寺)' 변화 불렀다

금융 금융일반

이창용 취임 1년, 직설화법 '한은사(寺)' 변화 불렀다

등록 2023.04.20 08:09

수정 2023.04.20 08:12

한재희

  기자

포워드가이던스 도입·한은식 점도표로 소통 강화정부와의 공조 강조···과거 '독립성' 강조에서 달라져업무능력 '합격점'···다만 한은 내부 경영 더 챙겨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21일 취임 1년을 맞는다. 8년 만에 새로운 총재를 맞았던 한은은 지난 1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간 '한은사(寺)'라 불릴 만큼 조용했던 한은은 통화정책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총재 취임 후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유례없는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단행 등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과 같은 소통 의지와 이 총재의 직설화법이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이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여러분도 제 스타일에 익숙해지면 좋겠다"고 말하며 한은 분위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취임 후 기준금리 6차례 인상
지난해 4월21일 취임한 이 총재는 다음 달인 5월 금융통화위원회부터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상황에서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을 밟으며 강한 긴축을 나설 때다.

이 총재는 "성장보다 물가에 중점 두겠다"고 강조하면서 금통위 데뷔전서 기준금리 0.25%P를 인상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과거 총재들이 모호하고 애매한 단어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 총재의 화법은 명확했다.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수개월'로 바꾸어 표현하는 등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첫 금통위 직후 이 총재가 직접 시중 은행장들에게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는 등 금융시장과 적극적인 소통 행보도 보였다.

7월에는 한은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았다. 한은이 금리를 한꺼번에 0.50%P 올린 것은 1999년 기준금리 도입 후 처음이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치솟는 환율,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이 총재는 "물가를 잡지 않으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빅스텝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빅스텝 결정과 함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후 8월(0.25%P), 10월(0.50%P), 11월(0.25%P)에 이어 올해 1월(0.25%P)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왔다.

이 총재가 취임 후 열린 8차례 통화정책결정 금통위에서 총 6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고 기준금리는 총 2.0%P 올랐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통화정책 투명성 높인다···포워드 가이던스‧한은식 점도표 도입
"물가 흐름이 전망대로라면 0.25%P씩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분간은 3개월을 의미한다",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과도하다"

이는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로 한은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적극적인 소통의 일환으로 시장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총재는 "그간 한은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지만 시장과 더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있는 적극적인 소통에 시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익숙하지 않은 만큼 이 총재의 발언이 한은의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자 7월의 포워드가이던스를 수정하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라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이 바뀌고 전제조건이 바뀐다면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약속'이 아니라고 거듭 설명하면서 1년이 지난 현재는 시장에서도 이 총재의 발언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은식 점도표도 발표했다. 이 총재는 당시 "이번 회의에서 금통위원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로 봤고, 나머지 3명은 3.75%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예측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연히 줄었다.

지난 1월엔 "금통위원 3명은 연 3.50%, 3명은 연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고 2월과 4월 금리 동결 이후에도 "6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이 여전히 연 3.75%를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금리 인하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동시에 대내외 경제 상황이 변화하는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와 정책 공조에도 적극···중앙은행 역할 재정립
이 총재는 취임 직후 "물가 안정만 보면서 독립성을 강조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달라졌다"면서 "정부와 대화를 통해 정책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정 TV토론회서도 "(한은이)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정책 수립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바람직하며 그 방향으로 이끌어가겠다"면서 정부와의 공조를 언급했다.

'한은의 독립성'만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전에는 통화정책이 정부의 입김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오해를 피하고자 거리를 두었다면 이 총재는 오히려 함께하겠다고 공언을 한 셈이다.

이는 이 총재 과거 이력에서 비롯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IMF에서 8년간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내면서 국가와 지역 경제 전반을 살펴보는 일을 수행했다.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공조가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자 외환시장 안정을 목표로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를 체결했고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고 대출적격담보증권 대상을 확대하는 등 시장 안정화에 적극 나섰다.

업무 능력은 합격점‧내부 경영은 '미흡'···남은 임기 한은 살림도 챙겨야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외에도 대외 위상 역시 제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가 대외 일정을 소화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 수장들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한은의 존재감도 더욱 커졌다는 전언이다.

한국은행 직원들도 통화정책 수행과 관련한 이 총재의 업무 능력에는 '합격점'을 줬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노조)은 지난 18일 낸 '이창용 총재 취임 1주년 설문 결과'에서 "이 총재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 한은의 위상이 이전보다 올라갔음을 체감하고 있고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부문에서 총재의 업무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당대의 석학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이코노미스트인 이 총재의 학식과 전문성, 국제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도, 탁월한 대외 교섭력 등이 종합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부 경영 성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년간 내부 경영에 대해 40%가 "보통이다", 46%는 "못했다(못했다 32%+매우 못했다 14%)"고 답했다.

취임 당시 "한은을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킬 계획이고, 직원들의 처우도 이에 걸맞은 수준이 적절하다"고 강조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은 셈이다.

급여 수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이 총재 취임 후 급여가 적정한 수준으로 회복됐는지 묻자 대다수인 93%가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다 48%+매우 그렇지 않다 45%)"고 답했다.

향후 총재로서 내부 살림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내부에선 한은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한은법에 따르면 직원들의 보수는 기재부의 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노조의 79%는 한은 인건비 승인 권한을 금융통화위원회가 가져야 한다고 설문했다.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기재부가 한은의 인건비에 대해 승인 권한을 넘어선 결정을 자행해 오고 있다"면서 "세계 어디에도 독립적인 중앙은행 직원의 인건비를 중앙정부 부처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곳은 없다"고 항변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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