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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규제산업의 한계

오피니언 기자수첩

규제산업의 한계

등록 2022.12.21 14:34

한재희

  기자

reporter
"저흰 하라는 것만 하는거예요"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직절적이고 투박한 문장에서 한숨이 묻어난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할 수 있는 것 빼고 모든 것이 안되는' 규제 아래서 신사업은 사치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경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연장을 위해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연말 인사철이 되면 어김없이 불거지는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도 이런 특수성 때문이다. 올해는 유난하다. 정권이 바뀐 뒤 첫 금융권 CEO 인사인 탓이다. 12월이 오기 전부터 업계에선 누가 교체되고 누가 자리를 지킬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변'이라 할 만큼 예상과 다른 결과들도 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관치' '낙하산'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라는 말과 같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를 두고 '존경스럽다'라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언급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사실 조 회장의 용퇴를 두고도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원장의 발언은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손 회장을 향해 당국의 입장을 밝히면서 '관치 논란'에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치' 또는 '낙하산' 인사를 수용하는 측도 있다. 물론 조건이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손이 닿았더라도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라면 직원들의 반발도 크지 않다. 되려 정부와의 소통, 당국과의 협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금융권 협회장에 관료 출신 후보들이 회원사의 선택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하더라도 '관치 금융' '낙하산 인사'는 후진적인 시스템의 증거들이다. 정부 인사가 와야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스스로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고, 아무나 회장 자리에 앉아도 될 사업이라면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스스로 후진적인 금융산업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금융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일'과 직결돼 있다. 그래서 규제 산업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나라 경제를 탄탄히 하기 위한 규제들이다. 이를 이용해 금융사들을 옭아매서는 안된다. 금융산업이 '관치'의 한계를 넘어서야 새로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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