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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FOCUS 기업, 적색 깜빡이를 켜다

전면에 나선 3·4세···내년이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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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회장 12년만에 승진
반도체 불황 장기화 등 위기, 과감한 리더십 필요
'한화 3세' 김동관·'코오롱 4세' 이규호 등 줄승진
韓 경제성장률 1%대, 대내외 위기돌파 능력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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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세대교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4대그룹은 이미 3·4세가 '회장' 직함을 달았고, 다른 그룹에서도 오너 일가가 승진 소식을 알리며 차기 총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내년부터 경제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3·4세 오너 경영인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점이다. 이들이 닥쳐올 위기를 돌파하는 동시에,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 3·4세 줄줄이 승진…MZ세대 두각 = 삼성가(家) 3세인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공식 취임하며 '뉴 삼성' 시대를 천명했다. 2012년 부회장에 오른지 약 10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만큼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위축된 점도 위기를 고조시킨 배경이다. 특히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는 만큼, 반도체 불황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1980년 이후 태어난 MZ세대 오너가 임원의 승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1983년생으로 사장 3년차인 올해 8월 부회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실질 지주사인 ㈜한화와 화학 중간지주사인 한화솔루션, 방산 중간지주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미래사업을 총괄한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그룹 미래사업 추진에 있어 김 회장의 경영 구상을 구현해 나가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요주주로서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오롱그룹 4세인 이규호 사장은 1984년생으로, 최근 사장 승진과 함께 내년 1월 출범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 사장이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지 10년 만에 계열사 대표 자리에 앉게 된 것이다. 이 사장은 수입차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모빌리티그룹에서 미래 신사업을 이끌게 된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2018년 퇴임하면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약 4년간 이어진 총수 공백은 주요 계열사 사장단으로 꾸려진 '코오롱 원앤온리위원회'가 메우고 있지만, 대외 경영환경 급변에 따른 실질적인 수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임원(경영리더)급으로 승진한지 1년 만인 지난달 내부 인사로 실장급에 올랐다. 이 실장은 미주와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 사업 전반의 전략을 맡는다. 이 실장은 1990년생으로, 경영수업을 받는 오너 3·4세 가운데 가장 어리다. 하지만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 신사업 투자(M&A), 식물성 식품 등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총괄하게 된 만큼,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과 GS그룹 등 아직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그룹의 경우에도 오너일가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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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코로나는 예고편…위기는 이제부터 = 오너 3·4세들은 내년부터 '진짜 실력'을 드러낼 수 있는 경영 시험대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이어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뛰어넘는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도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1%에서 내년 2.3%로 0.8%포인트(p) 둔화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3.0%)을 제외하고 20년간 최저 수준이다. 한국 역시 내년에 긴축적인 통화 정책이 지속되고, 민간소비와 기업투자 모두 줄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거물들과 회동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속에서 돌파구를 찾고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피터 베닝크 ASML CEO,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회동했다. 과거 해외 기업과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조(兆) 단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만큼, 이번 회동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의 해외 출장 스케줄이 내년 초까지 빡빡하게 짜여있다는 점도 글로벌 경영과 일맥상통한다. 재계에는 연구개발(R&D)센터가 건설 중인 베트남이나 스마트폰·가전 생산 기지인 인도,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미국 등을 유력 출장지로 꼽힌다.

2020년 총수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반도체 부품 공급난으로 한 차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을 향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IRA는 북미산 최종 조립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와 기아차 전기차는 모두 한국산이다.

정 회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또 당초 내년 상반기 목표로 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기를 지난 10월로 앞당겼다. 하지만 양산에 돌입하는 2025년 이전까지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만큼, 정 회장은 IRA 시행연도를 3년간 유예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포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전기 배터리 등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는 점을 고려해 IRA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유예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IRA 시행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그룹이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2010년부터 이 사업을 이끌어 왔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현지에 생산공장을 보유한 만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태양광 공장을 짓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첨단소재 부문을 분사해 매각하며 6800억원을 쥐게 됐다. 최대 18억달러 규모의 태양광 셀·모듈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김 부회장은 항공우주사업과 방산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그룹 우주사업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 허브' 총괄이다. 우주사업의 경우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도 밑바침돼야 한다. 이는 방산사업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병된 한화디펜스는 올 들어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실적은 내년부터 반영된다. 한화디펜스는 올 하반기에 폴란드와 K9 자주포 648문,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유도탄·장거리탄 등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1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도 LIG넥스원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 규모의 천궁2 중거리지대공 유도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내년에도 다수의 프로젝트 계약을 성사시킬 예정이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달 사장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재계에서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이번 인사는 건너뛰었다. 그룹 지주사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인 정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선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수소 등 미래 사업에도 열심이다. 조선업황은 오랜 기간 이어진 불황기에서 벗어나 수주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선이 강세를 보이면서 저가 수주도 멈춘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강화된 친환경 규제를 발표했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나선다. 이에 따라 노후선박을 LNG선박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규호 사장이 이끌게 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 7월 코오롱그룹에서 인적분할된 자동차 사업이다. 이 사장은 기존 사업인 세일즈와 사후관리(AS)가 아닌, 미래 성장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재무역량 관리 등을 전담하게 된다. 특히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수소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분자 전해질막(PEM)과 막전극접합체(MEA) 등 수소연료전지용 부품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재계 관계자는 "4대 그룹은 경영 승계 작업이 완료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19 못지않은 혹독한 경영환경이 예고된 만큼,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 나갈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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