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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재건축 정상화 해준다던 신탁사, 오히려 걸림돌되나···수수료 과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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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방식, 되려 정비사업 막는 요인 되기도
조합보다 신속·전문성 갖췄다며 급성장했지만
일부 수백억하는 수수료 부담, 총분양금 1~4%
계약해지 어려워 지적도···위약금 무는 조합도
일부 단지는 사업부진 끝에 결국 조합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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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유명한 재건축 사업장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 재건축 사업장은 해당 일대에서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린 것이다. 통상 재건축사업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로 몇년간 탄력을 잃어왔는데 또 하나의 암초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 해주겠다며 5년 전 도시정비사업에 시행자 역할로 도입됐던 일부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뜻하지 않게 걸림돌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탁방식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사업 지연 요소가 됐던 '조합방식'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으로, 신속하고 전문성이 있다는 장점이 알려진데다, 지난 2016년도에는 신탁방식 선택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부담금이 면제된다는 신탁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더해자면서 신탁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정비사업장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즉 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민간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보다 정비사업에 대한 지식이 많은 만큼 사업에 대한 절차 또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신탁사 주도 방식의 정비사업은 어느샌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5년 간 신탁방식 정비사업 건수는 모두 38건, 가구수는 2만279가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 이에 대한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해당 수수료 금액이 총 분양금의 1~4%나 돼 주민들로선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저 금액인 1%대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사업기간이 짧은 대행방식이나 사업규모가 큰 단지, 구역일 경우에만 해당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한다. 신탁사업은 크게 조합설립이 필요없는 '시행방식'과 조합설립이 필요한 '대행방식'으로 구분된다.

주민들에게는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하는 신탁사의 수수료가 되려 일부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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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 재건축 사업장 내 신탁보수 수수료

12일 본지가 입수한 신탁사와 체결한 서울지역 내 재건축 사업장의 일부 자료를 보니 실제 총 매출액의 2.5%가 신탁보수 산정액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재건축 사업장의 신탁사 수수료는 더 높았다. 토지 등 소유자 분양가 총액의 1%와 일반 분양가 총액의 3.5%나 되는 수수료를 책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신탁수수료와 별도로 신탁사는 사업비에 대한 이자수익도 추가로 챙겨간다.

해당 사업장의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과도한 수수료 책정으로 불만사항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에 대해 A사에 문의해보니 "수수료 문제는 이미 총회에서 결론이 내려진 문제로 현재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불만요소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라고만 언급했다.

대형 신탁사인 A사 뿐만 아니라 신탁업계 전반적으로 이 같은 혹은 이보다 더한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령 대지면적 1만평(1000세대), 분양가 평당 3천만원, 세대당 분양가 10억원(34평 기준) 등을 가정했을 때, 이들 총 매출액(일반+조합원 분양가)은 1조원이 된다. 신탁 수수료를 2% 적용하면 200억원, 4% 적용하면 400억원이나 된다. 공사비 금액과 별도로 이들 수수료까지 주민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결국에는 주민들의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여러 장점이 있다. 사업 초기부터 전문인력이 투입돼 사업을 관리하다보니, 설계변경 등 사업 지연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건설사와 조합 간 예기치 않은 분쟁으로 준공이나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는 등 조합비리 방지 역할도 해준다. 또 조합보다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어려움도 줄여준다. 신탁사가 개입하는 정비사업장은 대출을 해주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신탁사가 책임지는 사업장'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금융 지원이 더욱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신탁사가 시행사로 나서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지역들도 여러 있었다. 대표적으로 신탁방식 정비사업 수주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이 사업대행을 맡은 작년 북가좌6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강북권에서는 처음으로 DL이앤씨의 최고급 브랜드 '아크로'가 적용됐다. 같은해 신림1구역에서는 1군 건설사 3사가 컨소시엄(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을 꾸려 등장했지만 한토신은 컨소시엄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단일 브랜드 적용·단일 시공'이라는 정비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다만 신탁사들이 가져가는 일부 천문학적인 금액의 수수료 때문에 이러한 장점들마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문제로 되려 사업성이 약화돼 신탁사와 조합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사업 지연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신탁사와 계약한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착공한 단지 사례를 찾기 어려운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과도한 수수료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신탁사와 계약해지한 정비사업장도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신탁방식 재건축을 택한 용산구 한성아파트가 그 예다. 해당 사업장이 당시에 계약을 체결했던 신탁사는 코리아신탁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시행자로 신탁사가 지정된 이후 오랜 기간 사업은 진전이 없는데다 수수료 문제로 신탁사와 조합 사이에 불거진 갈등으로 결국 조합방식으로 선회했다. 부산의 알짜배기 재개발 사업장인 서금사5구역도 신탁보수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한국토지신탁과 시행사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 2019년 한토신과 시행 계약을 맺었으나 수수료 문제가 1년 만에 터지면서 지난 2021년 계약 해지에 성공하며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사례처럼 계약 해지 또한 쉬운 것도 아니다. 실제 신탁사와 계약 체결한 정비사업장은 계약조건으로 인해 해지하고 싶어도 어려워 속으로 끙끙 앓는 곳이 많다. 통상의 토지신탁계약서에 따르면 소유자 전원의 동의에 가까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탁사의 귀책사유 없이 신탁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계약 해지 시 일부 신탁사 중에서는 과도한 위약금을 무는 업체도 있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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