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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세 불린' 강성 노조까지···위기설 고조

악재겹친 한국타이어①

수익성 악화에 '세 불린' 강성 노조까지···위기설 고조

등록 2022.05.04 07:00

수정 2022.05.04 07:05

이승연

  기자

반도체·물류난에 원가 상승까지 '3중고'...타이어 가격 인상 맞대응 '한계'금속노조, 1노조 등극...올해 임단협 놓고 사측에 대대적 투쟁 예고

한국타이어는 고성능 SUV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한국타이어는 고성능 SUV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서도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이어 원자재 가격 급등 그리고 노사간의 임금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월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진입하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이어 계열사 간 상호출자제한 규제 대상까지 됐다.

그 중에서도 대내외 악재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한국타이어 위기설의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증권 업계는 한국타이어의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타이어 매출은 1조7466억원, 영업이익은 113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1년 전과 견줘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반도체·물류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회사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도 타이어 수출이 55.7% 감소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당시와 비슷한 경영 환경이 조성된다고 볼 수 있다.

참고=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참고=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무엇보다 전쟁 여파로 주 원료인 고무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점이 고민이다. 고무 원료(천연·합성고무)는 한국타이어 원재료 비중의 48%를 차지한다.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지표 전문 사이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Trading Economics)에 따르면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은 지난해 9월 kg당 185엔까지 떨어진 이래 올해 1분기 내내 올랐다. 2분기인 4월에는 275엔까지 치솟았고, 5월 들어 248.7엔까지 떨어졌으나 여전히 고점이다.

치솟는 유가와 함께 다른 주 원료인 합성고무와 카본블랙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올해 초 배럴달 76.08달러였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월 들어 123.7달러까지 치솟았다. 1분기 평균가격은 95달러로, 이는 1년 전 58달러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高)운임' 기조는 한국타이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 컨테이너 운송항로 15곳의 단기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1월에는 5000선을 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말 SCFI가 958.57에서 4배 넘게 치솟은 셈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도 2배에 가깝다.

이러다 보니 타이어 가격을 올려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가 없다. 한국타이어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타이어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최대 7%, 11월 최대 6% 인상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북미시장에 판매하는 교체용 타이어(RE) 제품에 대한 가격을 최대 6% 올렸다. 또 이달 1일부로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승용차(PCR)·경상용차(LTR)·버스트럭(TBR) 타이어 제품 가격을 최대 8% 인상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타이어 수요마저 줄면서 수익성 개선은커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거래 구조상 원가 전가력이 높지 않아 생산 및 운송비 부담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고부가 타이어 위주로 판매 구조를 재편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올해는 원재료 및 물류비 상승분이 워낙 높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원자재 및 물류 비용의 안정화에 힘이 실리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며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참고=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입김이 거세지는 강성화 노조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첫 노조의 파업사태로, 60년 간 이어온 무분규가 막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파업 과정에서 한국노총 고무산하 노조원들이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금속산하로 대거 이동하면서 노조의 강성화가 시작됐다.

한국타이어 노조 내 민주노총 금속산하 노조는 2014년 설립 돼 7년 간 소수 노조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파업 당시 교섭대표였던 한국노총 고무산하 노조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면서 노조원들의 분노를 샀다. 그로 인해 노조 위원장이 해임되고, 노조가 해산되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노조원들은 한국노총을 이탈, 민주노총에 대거 가입하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는 단번에 1노조로 올라섰다.

금속노조는 현재 교섭대표 노조로서 사측에 올해 임단협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강성의 면모를 과시하듯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엄중 경고하는 한편, 지난해 사측이 제시한 임단협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1월 대전 대덕구 목상동 대전공장 앞에서 올해 단체교섭 요구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면서 "앞선 노조가 어용으로 꼭두각시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은 연월차 폐지, 통상임금 축소, 주휴수당 미지급 등 정당한 권리를 빼앗겨 왔다"며 "사측이 금속노조 가입을 방해하거나 금속노조 가입을 이유로 부당한 지시와 전환 배치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꼼수를 쓴다면 거침없는 투쟁을 통해 한국타이어의 민낯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이어 업계는 한국타이어 노조의 강성화를 우려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만 하더라도 계속되는 적자 기조에 강성 노조와의 잇단 마찰로 수익성 및 유동성 위기를 수차례 겪어야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지속된 워크아웃 속에서도 총 3차례에 걸쳐 총파업과 부분파업을 반복하며 회사를 위기로 내모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10년 전 글로벌 순위 10위까지 치고 올랐던 금호타이어는 지난 2020년 18위까지 주저앉았다. 회사가 2018년 더블스타에 매각된 후 파업을 자제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의 강성 노조는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우려되는 건 한국타이어 역시 서서히 이런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노조 파업으로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전면 파업이 이뤄지면서 한국타이어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86.8%까지 낮아졌다. 한국 공장 가동률이 90% 밑으로 떨어진 건 2012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로 인해 두 공장은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첫 파업부터 회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 노조의 등장으로 한국타이어의 노사 관계는 향후 실적을 좌우할 변수가 됐다"며 "올해 임단협을 두고 노사간 강대강 대치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노사 대립은 원재료 및 물류비, 원가 상승 여파와 함께 한국타이어의 수익성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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