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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D 해준다면서”···국토부 말만 믿다가 완전히 새 된 김포 신도시

[르포]“GTX-D 해준다면서”···국토부 말만 믿다가 완전히 새 된 김포 신도시

등록 2021.05.04 08:12

김소윤

  기자

“애들은 좋지만 아빠는 힘들어요” 살기 좋지만 출퇴근길은 지옥국토부, 김포시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유로 GTX-D 노선 언급키도‘장기동~부천’ 쪼그라든 GTX-D에 실망···“나라가 버린 신도시냐?”그간 ‘GTX-D 호재’ 띄어놓은 것이냐며 국토부에 폭발한 민심들 조정 당시에도 교통 호재 논란에 말 바꿔, 기대감이라며 해명해 김포 시민들은 집단행동 나서, ‘교통vs집값 프레임’ 논란되기도노선 축소 영향에도 호가는 여전, 매물들 많지만 거래량은 그닥

‘한국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장기동 일대. 바로 뒤에는 이편한세상캐널시티아파트가 입주해 있다. 한강신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신도시를 태동시킨 마을이다. 장기동은 신도시 이전에 이미 27만 평의 택지개발 지역으로 그 주변으로부터 도시형성이 시작되었으며 농업용수로가 마을 중심부를 가로 흘러 (2.7km) 수로도시라는 명칭을 갖게 된 유일한 한국의 ‘베네치아’이다. 사진 = 김소윤 기자‘한국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장기동 일대. 바로 뒤에는 이편한세상캐널시티아파트가 입주해 있다. 한강신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신도시를 태동시킨 마을이다. 장기동은 신도시 이전에 이미 27만 평의 택지개발 지역으로 그 주변으로부터 도시형성이 시작되었으며 농업용수로가 마을 중심부를 가로 흘러 (2.7km) 수로도시라는 명칭을 갖게 된 유일한 한국의 ‘베네치아’이다. 사진 = 김소윤 기자

‘한강래미안아파트’, ‘한강센트럴자이’, ‘중흥S클래스파크애비뉴’, ‘호반베르디움’ 등 굵직한 브랜드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선데다 마을 중심부를 가로 흘러 수로도시라는 명칭을 갖게 된 유일한 한국의 ‘베네치아’가 있는 곳. 바로 김포의 중심도시 장기동이다. 이 수로만 해도 2.7km나 된다고 한다. 3일 본지가 직접 찾아가 본 김포 신도시는 넓은 도로와 대형 쇼핑몰·마트 등 왠만한 편의시설들이 다 갖춰졌으며 그야말로 ‘살기 좋은 신도시’였다. 이 장기동뿐만 아니라 고촌읍, 풍무동 등 모두 ‘신도시다운 모습’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김포 장기동에 있는 아파트단지. 왼편엔 김포한강우남퍼스트빌아파트와 오른편에는 중흥S클래스리버티아파트가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김포 장기동에 있는 아파트단지. 왼편엔 김포한강우남퍼스트빌아파트와 오른편에는 중흥S클래스리버티아파트가 있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하지만 이 장기동을 비롯한 김포 시민들의 크나큰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는 좋지만 바로 출퇴근길이 그야말로 전쟁터라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 노선은 김포공항역~양촌역까지 이어진 ‘김포골드라인’이 형성돼 있는데 지하철 노선이 현재 이 곳 한군데밖에 없어서 '지옥철' 광경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김포시에 있는 한 주민은 “그 악명높다는 9호선보다 미칠 지경이다. 특히 사우역과 풍무역, 고촌역은 진짜 심하다. 이들 역만이라도 따로 갈 수있게끔 조치를 해줬음한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용객 일부는 전동차에 몸을 구겨 넣으며 탑승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동차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다시 열리기도 하는 장면들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했다.

이용객 과밀화가 연일 빚어지면서 불편을 넘어 사고 직전까지 왔다는 지적이 김포 시민들 사이에서 계속 꾸준히 제기해 왔지만 정부의 조속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김포 시민들이 희망을 건 것은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과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D노선 유치였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출퇴근 시간대 김포도시철도는 때에 따라 혼잡률이 200%를 넘어 280%까지도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어서 정부에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과 GTX D노선 유치를 촉구하는 한편 고속버스 노선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국토교통부의 GTX-D 노선 계획을 본 김포 시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을 공개했는데, 수도권 GTX-D 노선을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연결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당초 인천시와 경기도가 건의한 노선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인천시는 인천공항과 김포를 양 기점으로 하는 ‘Y’자 형태의 110km 노선을 정부에 요청했고, 경기도는 김포에서 강남을 지나 하남에 이르는 68km 노선을 건의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안은 김포-부천을 잇는 ‘김·부선’이 됐다.

김포시청 전경. 주소는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1 (사우동). 사진 = 김소윤 기자.김포시청 전경. 주소는 경기도 김포시 사우중로 1 (사우동). 사진 = 김소윤 기자.

이를 본 인천 검단·청라·영종과 경기 김포 주민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강남 직결이 무산된 서부권 GTX-D 노선 계획을 두고 민심은 극에 달하다 못해 폭발하고 말았다. 발표 이후 시민들의 릴레이 민원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제4차 국토망 구축계획 2기 신도시 검단 김포한강신도시는 버리는 신도시입니까”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청원 시작 열흘 만에 3만6608명이 동의한 상태다.

발표 이후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국민청원에는 “김포에서 자차 이용해 강남으로 출근하기 위해서는 올림픽대로 진입에만 4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전철이용해도 2량짜리 김포 골드라인에서 진을 빼고 김포공항에서 환승, 또 다시 악명 높은 9호선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달 공청회 이후 지역 내 다수의 커뮤니티에서는 “골드라인보다 못한 GTX-D”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누굴 위한 김부선”, “김포시민 서울으로 출퇴근하는데 부천으로 가면 무슨 소용이냐”라는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김포 시민들은 쪼그라든 GTX-D 계획에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한가지 더 있었다. 작년 11월 정부가 김포의 규제지역 지정 이유를 들며 ‘GTX-D 교통 호재’를 언급했는데, 이게 논란이 됐다. 실제 작년 11월19일 국토부가 발표한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통한 시장안정 기조 강화’ 보도자료를 보면 “김포는 GTX-D 교통 호재가 있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GTX-D가 김포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지만 노선 유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는데다 실체조차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김포 시민들 사이에서 이미 축제 분위기(?)로 이어지자 국토부는 당황했는지 얼릉 말을 바꿨다. GTX-D 노선은 확정된 것이 아닌 기대감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바로 해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GTX-D 노선을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그도 그럴것이 공식적인 보도자료에다 정부가 이리도 쉽사리 말을 바꿀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포 부동산 시장에서도 정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며 GTX-D 노선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김포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대신 GTX-D 노선이라는 호재를 얻게 됐다며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라고 언급하는 온라인 글들도 나타나기도 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GTX-D’는 있었지만 ‘반쪽짜리 호재’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김포 시민들은 국토부를 향해 “GTX-D 호재만 잔뜩 띄어놓았다. 이번 발표로 김포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 됐다”라고 비난을 쏟았다.

현수막으로 시위 중인 장기동에 있는 초당마을래미안한강 주민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을 공개했는데, 수도권 GTX-D 노선을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연결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당초 인천시와 경기도가 건의한 노선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사진 = 김소윤 기자현수막으로 시위 중인 장기동에 있는 초당마을래미안한강 주민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을 공개했는데, 수도권 GTX-D 노선을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에서 서울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연결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당초 인천시와 경기도가 건의한 노선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사진 = 김소윤 기자

GTX-D 호재만을 기다리던 김포·인천 주민들은 이미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김포 한강신도시·인천 검단 연합회를 만들고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며 “검단·한강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신도시에 서울 중심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은 물론 GTX와 SRT 등 직결노선이 존재하거나 계획돼 있다”며 “지역 간 균형발전과 형평성을 위해 GTX-D 노선 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 관통 GTX-D가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노선이 크게 단축된 데는 국가 균형 발전 차원의 고려가 우선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원은 한정돼 있고 결국 지방에 투입돼할 예산 10조원을 수도권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방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미 집단행동에 나선 김포·인천 시민들을 두고 결국 GTX-D 호재를 낀 집 값 상승을 노리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는 말도 나온다. 그러자 김포 시민들은 “인근 고양시는 이미 교통인프라가 좋은데 또 들어간다. 이미 철도가 7개나 된다”라며 “신도시를 조성한 건 국가다. 살 수 있게 만들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단순히 집 값 프레임으로만 몰고 가지 말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출근이 9시까지인데 5시에 일어나야한다. 퇴근이 6시인데 집에 오면 8시가 넘는다. 아이들 볼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시간이다. 서울 집 값에 밀려서 튕겨져 나오다가 김포는 공기 좋고 살기 좋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아이들 데리고 내 터전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정말 교통만 아니면 치안 좋고 넘 살기 좋은 곳이다”라고 하소연하는 주민도 있었다.

김포 풍무동 대장주로 꼽히는 ‘풍무센트럴푸르지오. 2467세대가 살고 있고 2018년도에 입주했다. 사진 = 김소윤 기자김포 풍무동 대장주로 꼽히는 ‘풍무센트럴푸르지오. 2467세대가 살고 있고 2018년도에 입주했다. 사진 = 김소윤 기자

계획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도 바뀐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실’에 따르면 4월28일 기준 김포시 아파트 매물은 5315건으로 지난해 12월31일(4265건) 대비 약 24.6%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있지만 이번 GTX-D 노선 축소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이다. 또 집 주인들의 실망 매물들이 많이 쌓였지만 거래량은 그닥인 듯하다.

일부에선 호가 하락 움직임도 나타났다. 김포 풍무동 대장주로 꼽히는 ‘풍무센트럴푸르지오’의 84㎡(전용면적) 매물 호가는 4월28일 기준 7억6500만~7억8000만원 선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8억2000만원(20층) 신고가에 비해 최대 5500만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현재 매물이 많이 나와있는 장기동 센트럴자이 같은 경우에는 호가가 여전히 8억원대(34C평)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김포 아파트는 작년 겨울에 거래량이 정말 많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전체가 비수기인데다 GTX-D 이슈가 있는 만큼 매도·매수자들 모두 눈치 보는 등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GTX-D 노선 계획은 6월 되면 완전히 확정되는데, 만일 GTX-D 노선이 당초 계획대로 확장이 된다면 집 값은 이보다 2~3억원씩은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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