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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하정우 “관객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워요”

[인터뷰]‘아가씨’ 하정우 “관객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워요”

등록 2016.06.08 15:11

이이슬

  기자

영화 '아가씨' 배우 하정우 인터뷰

하정우/ 사진=최신혜 기자하정우/ 사진=최신혜 기자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하정우를 만났다.

다양한 작품에서 카멜레온처럼 옷을 갈아입는 하정우가 이번에는 영화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 손을 잡고 백작으로 돌아왔다.

햇살 좋은 어느 날, 인터뷰 마지막 타임에 마주한 하정우는 편안해 보였다. 시사회 때 사뭇 경직된 얼굴로 자리했던 하정우였지만, 여유를 되찾고 미소도 되찾은 모습이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정우는 늘 그렇듯 부드럽고 유연하게 답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야기는 끝 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하정우와 기분 좋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정우는 늘 그렇듯, 꼼꼼하게 ‘아가씨’를 준비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한 기대 만큼 걱정도 앞선 하정우였다.

“박찬욱 감독님 시나리오의 특징은 공간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만큼 감독님이 준비를 많이 하시죠. 연출자로서 작가로서 배우들의 연기까지 고민을 하고 무수한 디렉션들이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어요. 또 감독님 스타일이 컷을 쪼개지 않고 카메라 무빙으로 많이 표현하려 한다는 점이에요. 한정되어 있는 룸 안에서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표현할 수 있는게 무얼까 고민했죠.”

‘아가씨’ 하정우 “관객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워요” 기사의 사진

하정우는 백작이 되기위해 수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백작의 옷을 완벽하게 입을 수 있는지, 또 작품 안에서 백작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물음을 갖고 답을 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독해 장면부터 히데코에 마음이 흔들려서 사랑에 빠지고 인물이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까지 드러 내놓고 사랑을 해야겠다, 바보처럼 무너져가는 모습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히데코에 대한 감정을 보다 많이 세팅한 편이죠. 첫날밤을 보내러 들어갔을 때 누워서 히데코를 바라보는 표정이나 양식당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위앙스, 와인을 넘겨받을 때부터 쓰러지기 직전까지의 행위와 느낌들. 마지막에는 완전 무장해제되고 히데코를 사랑하는 것을 인정하는 대사도 있죠. 어쩌면 이게 고판돌 백작의 진짜 모습일 수 있겠다. 순수한 모습이구나 생각했어요. 청년 같았으면 좋겠다 싶었죠.”

하정우는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다. 오래 연기한 선배로서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한 것. 그는 배드신을 연기하는 김민희를 살뜰히 배려했다.

“배우는 직업이에요. 베드신은 배역으로서 당연히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죠. 모르고 들어온 것은 아닐테고 본인이 선택한 것이잖아요. 그런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남자배우로서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먼저 나서서 편하게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 먼저 가서 천으로 한 쪽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거나 스태프들이 보이면 집중이 깨질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던가 의상팀 스태프에게 담요를 들고있다가 컷 하면 바로 뛰어와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하는 것이었죠. 김민희 배우가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먼저 가서 체크했죠. 그렇게 해야 저도 편한 것이고요. 그게 선배 배우이자 남자 상대배우의 도리라고 생각해요.”

‘아가씨’ 하정우 “관객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워요” 기사의 사진

‘아가씨’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하정우에게 물었다. 본인이 느끼기에 어려운 관계란 어떤 관계인지. 하정우는 질문에 잠시 골몰하더니 이내 무릎을 탁 쳤다.

“관객과의 관계가 아닐까요. 매번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매번 좋은 작품 안에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죠. 최선을 다하고 작품을 열심히 하죠. 그 과정의 반복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예상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이요. 그러고보니 가장 어려운 관계는 관객과의 관계네요.”

하정우는 이야기를 전하며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인터뷰를 통해 관객과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었다는 감상도 전했다. 진지한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다. 배우 하정우의 10년 뒤를 물었다.

“10년 뒤에도 꾸준히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 그때도 여전히 같이 일했으면 좋겠고요.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감독으로서도 한 발자국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요. 아니면 확장될 수도 있겠죠.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고 활동 영역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꿈을 물으신다면 결혼이겠죠. 10년 뒷면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겠죠. 10년 뒤에도 여전히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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