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만난 이시영은 인터뷰 전 잠시 식사 시간을 요청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다.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이 배달됐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가 신경 쓰였는지 한 눈에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여배우로서의 내숭은 전혀 없었다. 젓가락으로 몇 번 후루룩 하더니 금새 냉면 그릇 한 가득 담긴 콩국수가 없어졌다.
“죄송합니다”라며 기다란 의자에 무릎을 꿇었다. 깜짝 놀라서 “왜 그러냐”고 제지했다. 그러자 이시영은 “운동 때문에 허리와 관절이 안 좋다. 이해해 달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사과의 표현인 줄 알았단 착각에 머쓱해졌다. 이를 눈치 챘는지 이시영도 피식 웃으며 대신 음료수 한 잔을 시켜 건낸다. 여배우가 건내는 음료수 한 잔에 기분 좋은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시영을 일컬어 ‘로코(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 부른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만 봐도 이 같은 타이틀에 수긍이 된다. 배우로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릴 수 있는 판이 있지만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시영은 “내가 아직은 선택할 수 있는 입장보단 선택 당하는 쪽에 가깝다”면서 “그렇다 보니 ‘로코’물이 많이 들어왔고, 좀 늦은 나이에 데뷔해 많이 하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면서 지금까지 작품 선택 기준을 전했다. 반면 ‘더 웹툰 : 예고살인’은 오롯이 이시영의 의지로 출연이 결정된 작품이었단다.
그는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차라리 내가 먼저 다가가자고 생각했다”면서 “우연한 기회에 시나리오를 얻어 읽게 됐다. 출연 제의가 아니라 그냥 내가 구해 읽었다. 그런데 너무 하고 싶더라. 무작정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고 웃었다.
배우가 출연하고 싶단 생각만으로 영화 출연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시영도 그랬다. 제작발표회 당시 자신도 몰랐던 비밀 하나가 우연히 공개됐다. 바로 이시영이 이 영화에 가장 늦게 캐스팅 확정이 된 것.
이시영은 “솔직히 감독님께 전화는 내가 가장 먼저 드렸다. 출연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보다 이 영화를 더 하고 싶은 배우는 없을 것이다’고 설득했다”면서 “그런데 제작발표회 날 우연히 기준 오빠를 통해 무대에서 내가 제일 늦게 캐스팅된 사실을 전해 듣고 좀 서운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울상을 지어도 영화의 흥행이 이시영의 갈망을 대변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에도 한국영화 가운데 흥행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여름은 공포’란 등식과 함께 이시영의 열연이 소름끼치는 영화 분위기를 더욱 살렸단 평가다.
그는 “사실 내 연기보단 영화 전반에 걸쳐 삽입된 ‘웹툰’의 영향이 컸다”면서 “비겁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 모자란 연기를 ‘웹툰’의 시각효과가 덮어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이시영의 호러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단 평가다. 시각 효과의 충격과 함께 호러 특유의 템포를 잡아 나가는 이시영의 연기가 합해져 묘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시영도 “진짜 노렸던 부분이 바로 그 점”이라며 “‘웹툰’ 자체가 캐릭터의 세세한 감정을 다 잡아주는 것 같았다. 결국 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템포의 속도만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아 안심하고 있다”며 혀를 빼꼼 내밀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더 웹툰’ 출연을 도전이라고 했다. 이시영에게 진짜 도전은 화제를 모았던 ‘복싱’ 아니던가.
이시영은 “그렇게 보니 정말 그렇다. 지금은 소속팀이 있는 선수지만 아직도 복싱 선수들을 보면 존경스러울 정도다”면서 “정말 너무 힘들다. 다른 선수들을 보면 오롯이 복싱에만 온 힘을 쏟는다. 그런데 나는 배우와 병행을 하고 있다. 솔직히 다른 선수들에게 부끄럽기도 하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 배우 하지원이 복싱 선수로 출연한 ‘7번가의 기적’ 같은 영화 출연은 어떨까. 배우 이시영과 복싱 선수 이시영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 말이다.
이시영은 눈을 반짝이며 “정말 그런 작품이 있을까”라며 “진짜 너무 좋아하는 영화다. 이번 기사로 제발 소문 좀 많이 내달라”며 간절함을 전했다.
하지만 차기작으론 상당히 무거운 느낌의 영화를 생각하고 있단다. 아직 시나리오만 읽었을 뿐인데 마음을 후벼 파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고. 그는 “출연료를 안 받고라도 하고 싶은 영화인데 어떡하죠? 소속사에서 허락을 할지”라며 걱정이란다.
배우 이시영, 알고 보니 참 욕심이 많은 배우다. 이 배우, 분명 지금보다 더 커질 것 같은 느낌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사진 = 이주현 기자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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