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교회 노숙인 쉼터, 쪽방촌 사람들과 노숙인들 함께해
【서울=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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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등포 뒷골목 '쪽방촌' [사진/석보경 기자] | ||
우리는 곧잘 신문지나 혹은 맨바닥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노숙인들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럴때면 괜시리 미안한 맘이 앞서, 그곳을 지나가기가 민망한 경험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 같은 추운 겨울날엔 동상으로 죽어가는 노숙인들도 생겨나,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이런 노숙인들의 겨울나기를 지켜보고자 영등포역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은 시민들이 오고가는 영등포역 앞은 늘 분주하다. 하지만 역 옆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앞쪽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동네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은 역과 채 3m도 안되는 거리에, 겨우 집 모양새를 갖춰 집집마다 더덕더덕 붙어있는 일명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마침 이곳에서 20여년간 노숙인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광야교회(담임목사 임명희)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근처 파출소에 들려 그 위치를 물어보던 중, 경찰들은 하나같이 "영등포에 있는 노숙인들은 모두 거기를 거쳐 갔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비닐로 덮인 지붕아래 나무판자로 집 모양을 갖춘 한 판잣집의 낡은 간판에는 '광야교회 노숙인 쉼터'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70~80여명의 노숙인들이 점심을 마치고 낮잠을 자는 듯, 예배당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도란도란 이야기소리가 들려,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곳 노숙인들의 '아버지'인 임명희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임 목사는 지난 1987년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했다가, 그곳 사람들의 열악한 삶에 충격을 받고, 갈 곳 없던 노숙인들을 하나, 둘씩 데리고 살던 중, 현재는 130여명의 노숙인들과 근 20여년동안 한 가족처럼 생활해 오고 있다.
광야교회는 이들에게 합숙시설과 하루 3끼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대신, 교회 안에서의 규칙에 따라 공동체 생활을 가능케 하고, 옷을 나눠주고 씻게 해, 늘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 내적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해 이들의 좌절과 절망, 우울증, 과대망상증 등이 치료되도록 돕는다.
교회측은 "노숙인들의 23%가 영등포에 몰려있다"며 "지금도 많은 노숙인들이 찾아오지만 한정된 공간에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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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배식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 | ||
노숙인지원단체에 따르면 광야교회와 같이 주거공간을 가지는 쉼터에 입소한 노숙인들은 작년 기준 전국 3,218명으로 현재는 이 수치보단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파악된다. 또 주거지가 없는 거리 노숙인들은 1,312명 정도로 특성상 집계의 부정확성을 감안, 집계가 되지 않은 많은 수의 노숙인들이 여전히 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임 목사는 노숙인들이 생겨나는 이유로 가정해체의 충격, 우울증, 성격장애와 같은 정신병적인 요인, 빈곤으로 인한 좌절 등을 꼽았는데 특히 알코올 중독의 경우는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가지고 있어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한 노숙인이 일용직을 해 하루치를 벌면 가장 먼저 술을 찾게 되고 경마장이나 성인오락실을 들러 빈털터리가 된 후, 또다시 좌절감에 빠지는 등 똑같은 사이클을 돌아, 중독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노숙인들이 노숙생활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도 포함될 수 있다.
20년째 노숙인들의 홀로서기를 돕고 있는 임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첫째 의식주 해결이고 그 다음은 의료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다"며 "이후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들만의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진정 노숙인들을 위한 길임을 강조했다.
한편 독거노인과 장애인, 일용직 근로자 등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50~60명의 윤락여성들까지 모여 있다는 영등포 쪽방촌에는 현재 500여 세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쪽방은 성인 한 사람이 잠만 잘 수 있는 0.5~1평 정도의 비좁은 공간으로, 거의 생활보호대상자들이 15~20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 더욱이 생활보호대상자들은 국가에서 한달에 30만원 정도 밖에 받질 못해, 월세를 내고나면 생활비는 거의 없어 추운 겨울나기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광야교회는 이들을 자주 방문하여 밑반찬을 나눠주고 무료합동결혼식 및 공공근로, 취업 알선 등을 제공하여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참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고 겸손한 말을 하던 임 목사는 "개인주의가 만연 할수록 사회에 대한 무관심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남을 조금만 더 배려해 줄 수 있는 더 나아가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눈치였다.
해가 저물고 광야교회 앞에는 저녁급식을 받기위해 쪽방촌 사람들과 노숙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사회에선 무시당하고, 병들어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재활훈련을 통해 또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을 준비하는 노숙인들.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이들 마음에도 따뜻한 미래가 보여지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석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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