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목표로 결제주기 T+2→T+1 단축매도대금담보대출 금리 5%대 인하 유도외국인 환전·전산개편 부담 해결이 관건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면 이틀 뒤에 받던 매도대금을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도록 결제제도 개편이 추진된다. 증권유관기관들이 2028년 시행을 목표로 결제주기 단축에 나서면서 50여년간 유지된 결제방식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다만 외국인투자자의 환전 부담과 금융회사들의 전산시스템 개편이 제도 시행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초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거래일(T일)로부터 2영업일 뒤 대금과 주식을 교환하는 T+2 결제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T+1로 단축하면 월요일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는 기존 수요일 대신 화요일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
이번 개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결제주기 단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2024년 5월 T+1 결제를 도입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27년 10월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도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늦춰 2028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투자자의 자금 활용도를 높이고 증권사의 결제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증권사들이 거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납부하는 증거금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T+1 전환 이후 증거금 규모가 128억달러에서 98억달러로 약 23%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미결제 거래에 따른 위험 노출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만큼 증거금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내 증권시장은 현재 결제실패율이 0%에 근접하고 있어 제도 전환 과정에서 결제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개인투자자에게는 매도대금담보대출 금리 인하가 먼저 적용된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매도대금담보대출 금리는 연 7.5~10% 수준이다. 한국증권금융이 증권사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고 증권사는 이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중·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리가 5% 중·후반대로 낮아지면 투자자별 이자 부담은 약 2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참여 증권사가 12곳으로 확대되면 연간 약 150억원의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중·저금리 매도대금담보대출을 출시하고 키움증권은 오는 20일부터 취급할 계획이다. 이후 참여를 희망하는 증권사로 확대하며 구체적인 금리는 각 증권사가 출시 시점에 안내한다. 기관투자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결제일 장중 거래증거금을 재산출하고 상반기부터 결제대금 분할결제도 허용할 방침이다.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들의 전산시스템 개편도 필요하다. 거래소 등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의 결제주기를 일괄 단축하고 외국인투자자의 결제업무를 기존 12단계에서 5단계로 줄일 계획이다. 외국인의 결제승인 마감도 거래 이틀 뒤 오후 3시에서 거래 다음 날 오전 9시로 앞당긴다. 이를 위해 거래·결제정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증권사 간 증권보유정보 공유제도와 자동대차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외국인투자자의 환전과 결제업무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해외 금융회사와 투자자 3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84.4%는 2028년 하반기 이후 시행을 희망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 시장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도 나왔다. 미국·유럽과의 시차로 결제업무에 활용할 시간이 줄어드는 데다 원화 환전 수요가 특정 시간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증권유관기관은 2027년 10월까지 청산결제 시스템 개편을 마치고 금융회사들은 2028년 1분기까지 전산 개발을 완료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후 최소 6개월간 통합 테스트를 거쳐 결제주기 단축을 추진한다. 시장참가자 의견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수렴하며 최종 시행 시기는 금융당국과 국내외 금융회사 및 외국인투자자 등의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제주기가 하루 단축되면 투자자의 자금 활용도가 높아지고 증권사의 결제위험과 증거금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해외 투자자는 시차와 환전 문제로 결제 준비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충분한 시험 운영과 금융회사 간 업무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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