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 오스탈USA 인수 막판 협상···'몸값'보다 美 조선소 손실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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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오스탈USA 인수 막판 협상···'몸값'보다 美 조선소 손실이 변수

등록 2026.11.01 08:00

김제영

  기자

경쟁 인수자 와일드캣보다 협상 우위기존 함정 건조계약 손실 해결이 관건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장 목표

오스탈이 건조한 미 해군 연안전투함. 사진=오스탈 제공오스탈이 건조한 미 해군 연안전투함. 사진=오스탈 제공


한화그룹의 미국 조선업체 오스탈USA 인수 협상이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논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스탈 경영진이 한화와의 협상이 경쟁 인수자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고 밝히면서 정식 인수 제안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스탈USA의 기존 함정 건조계약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이 인수 이후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리처드 스펜서 오스탈 회장은 최근 호주 증권거래소(ASX)에 공개한 정기주주총회 연설문에서 한화와의 협상이 거래계약 문서를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전됐다고 밝혔다. 스펜서 회장은 한화와 미국 인프라 투자사 와일드캣 인프라스트럭처가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화와의 협상이 상당히 더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구속력 있는 인수 제안도 머지않아 제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와의 협상은 지난 14일 실사 기간 연장과 상업적 협상 개시를 발표한 이후 한층 구체화됐다. 당시 오스탈은 실사 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이 해소됐으며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추가 자료 요청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도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실사를 마치고 인수가격을 논의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정식 제안은 아직 제출되지 않았지만 양측이 거래 조건을 구체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가 제시한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는 10억5000만~12억달러 수준이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8월 현금과 차입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이 같은 기업가치를 산정해 비구속적 인수 제안을 제출했다. 스펜서 회장은 상당한 실사가 진행된 이후에도 최초 제안 가격이 유효하며 이를 토대로 거래계약 문서 협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인수자인 와일드캣의 제안 가격은 한화보다 높다. 와일드캣은 지난 9월 오스탈USA의 기업가치를 12억5000만~13억5000만달러로 평가한 비구속적 인수 의향을 전달했다. 제안 가격 상단이 한화보다 1억5000만달러 높다. 가격만 보면 와일드캣이 우위에 있지만, 오스탈 경영진은 한화와의 협상이 더 진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인수가격뿐 아니라 거래 조건과 인수 이후 사업 운영 계획 등이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스탈이 미국 사업 매각을 추진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호주 사업의 독립적인 성장 기반도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사업을 분리하면 호주 사업만으로 독립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호주 정부와 전략적 조선협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스펜서 회장의 설명이다. 해당 협약을 바탕으로 약 50억호주달러 규모의 신규 함정 건조계약을 확보하면서 10년 이상 이어질 일감을 마련했다. 오스탈은 이를 토대로 미국 사업을 매각한 뒤에도 호주·아시아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의 인수 협상이 진전되고 있지만 오스탈USA의 기존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은 여전히 부담이다. 오스탈이 공개한 2026 회계연도 실적 자료에 따르면 미국 사업부 매출은 13억8260만호주달러, 영업손실(EBIT)은 2억280만호주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건조 부문에서만 2억2500만호주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지원·유지보수 부문은 2220만호주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기존 함정 건조계약의 비용 증가와 손실충당금 등이 선박 건조 부문의 수익성을 훼손한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손실이 인수 이후에도 한화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스탈은 미국 정부와 기존 계약의 비용 보전 문제를 협의해 왔지만, 조기에 계약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의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식 계약금액 조정 요청(REA·Request for Equitable Adjustment) 절차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기존 함정 건조계약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분을 미국 정부로부터 얼마나 보전받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인수 이후에도 공사 원가 상승분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 실제 투자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정부가 비용 증가분을 인정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하면 오스탈USA의 재무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결국 기존 계약의 손실을 누가 어느 범위까지 부담할지가 인수 경제성을 가를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안보 심사도 거래 성사의 변수다. 오스탈USA는 미국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함정을 공급하고 있으며 버지니아급·컬럼비아급 핵추진잠수함 모듈 생산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미국 방산업체를 인수하는 거래인 만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방첩안보국(DCSA) 등의 관련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정식 인수 제안과 계약 체결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승인 절차가 거래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화가 오스탈USA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 내 조선 생산기반을 확대할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한화는 앞서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조선업 진출의 거점을 마련했다. 오스탈USA까지 확보하면 미국 내 생산 역량을 추가로 확충하고 함정 건조 사업 참여 기회도 넓힐 수 있다.

특히 오스탈USA가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조선소에 구축 중인 핵추진잠수함 모듈 생산시설은 장기적인 사업 기회로 꼽힌다. 오스탈은 제3모듈제조시설(MMF3)에 총 4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 6월 1단계 시설 가동을 시작했다. 전체 시설은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가 인수에 성공하면 기존 필리조선소와 함께 미국 내 조선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핵추진잠수함 공급망에 참여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인수전은 미국 조선업 진출을 위한 생산거점 확보와 기존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 부담 사이에서 좌우될 전망이다. 한화와 오스탈의 협상이 정식 인수 제안 단계에 가까워졌지만, 인수 가격만으로 거래의 경제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존 함정 계약의 손실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 미국 정부의 안보 심사를 통과해 핵추진잠수함 관련 생산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지가 한화의 최종 인수 판단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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