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석유화학, 전쟁발 래깅 효과 소멸···다시 적자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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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전쟁발 래깅 효과 소멸···다시 적자의 늪

등록 2026.10.21 15:24

김제영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수요 부진NCC 설비 감축·사업 재편 불가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전쟁이 벌어준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전쟁 전 확보한 저가 원료의 투입 효과가 소멸한 데다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까지 겹치면서 주요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일시적인 시황 반등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범용제품 생산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재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3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776억원이다. 4분기에는 1135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앞서 1분기에는 영업이익 735억원을 거두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 2분기 영업이익은 1101억원을 기록했으나 분기 연속 이어진 흑자 기조가 하반기 들어 다시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923억원으로, 2분기 영업이익 3390억원에서 약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도 3분기 1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지난 2분기 42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2분기 87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2개 분기 흑자를 달성했으나 하반기에는 실적이 악화될 전망이다.

하반기 실적 악화의 배경에는 상반기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래깅 효과가 있다. 래깅 효과는 원료 구매 시점과 이를 투입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시점 사이의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 효과다. 전쟁 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한 원료가 이후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동안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쟁 이후 상승한 원료 가격이 생산원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반면,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적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1월 평균 톤(t)당 557달러에서 9월 908달러로 63% 상승했다. 석유화학 기초 제품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3분기 평균 t당 201.9달러로, 2분기(256.2달러)보다 21.2% 하락했다.

더욱이 원료 가격 부담이 완화되더라도 석유화학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불황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가 공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래깅 효과에 따른 반등으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생산설비 조정에 나서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최근 충남 대산공장의 선형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범용 제품의 생산을 조정한 사례다.

실제 중국 석유화학 정보업체 진롄촹에 따르면 중국 내 LLDPE 평균가격은 t당 7484위안으로 전년보다 1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국 LLDPE 수출량도 7만4382t에서 4만1568t으로 42.8% 감소했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수출 물량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신규 석유화학 설비의 진입도 국내 공급 부담을 키울 변수다. 에쓰오일은 울산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약 320만t의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신규 설비가 가동되면 국내 시장의 공급 경쟁이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 조정을 넘어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범용 제품의 생산능력을 줄이는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논의 역시 업계 구조조정의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관건은 설비 감축과 사업 재편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중국발 공급 과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기업별 자구책과 정부 주도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이 실질적인 공급 조정과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업계의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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